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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신인류 호모 몰루스, 뭐든지 몰에 가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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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신인류 호모 몰루스, 뭐든지 몰에 가서 한다

입력
2008.04.0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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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대 4기에 출현한 인류라는 종(種). 이 종의 진화론적 단계를 지칭하는 용어에는 라틴어 접두사 ‘호모’(Homo)가 붙는다. 그런데 이 발칙한 종은, 은근슬쩍 그것을 사회학적 돌연변이를 상징하는 레테르로 바꿔 버렸다.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 호모 데멘스(광기의 인간), 호모 스포르티부스(스포츠하는 인간) …. 오늘 얘기하려는 돌연변이는 ‘호모 몰루스’(Homo Mallus), 몰링(Malling)하는 인간이다.

허비 행콕의 새 음반을 사러 간다.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라 간다. 접영과 배영을 마스터하러 간다. 손자 녀석 재롱을 보러 간다. 새로 나온 콘돔이 뭐 있나 살피러 간다. 해거름에 그냥 해찰하러 간다. 고독을 씹으러 간다.

핸드크림 하나 훔치러(!) 간다. 자존심을 찾기 위해 간다. 마누라 지청구에 어쩔 수 없이 간다. 영화 보러 간다. 친구 따라 간다. 공짜로 책 보러 간다. 파마 하러 간다. 전자오락 하러 간다…. 어디로? 모두, 몰(Mall)로 간다!

몰은 더 이상 소매업체가 몰려 있는 유통구조의 말단 단계가 아니다. 엔터테인먼트 소비의 플랫폼이자, 문화의 공간, 외식과 건강을 위한 모든 활동이 이뤄지는 곳이다.

후기 산업사회 인간의 존재 양태를 규정짓는 3가지 요소, 즉 소비 여가 휴식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생활 공간이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주말, 특별한 계획이 없는 평균적 도시인의 머릿속에서는 이런 알고리즘이 흐른다. ‘남편이랑 ○○몰에 가서 파스타 먹고 청바지 하나 산 다음, 영화나 한 편 볼까?’ 그렇다면 십중팔구 당신도 호모 몰루스다.

사람들이 몰에 빨려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몰은 ‘편하다’. 어디다 주차하고, 어디서 밥 먹고, 무얼 하면서 시간을 보낼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옷과 화장품 매장이 이열종대로 도열해 있고, 위생상태를 걱정 안 해도 될 만한 레스토랑이 장르별로 마련돼 있다.

아내가 속옷 고를 때 멀뚱히 천장 쳐다볼 필요 없이, 남편은 옆에 붙은 프라모델 가게에서 건담 피규어를 구경하면 된다. 그리고 영화 한 편 본 다음엔, 다음 주에 먹을 찬거리를 지하 마트에서 산다. 무척 긴 무료주차시간은 보너스. 태풍이 오든 폭염이 기승을 부리든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몰은 현대인의 문화의 코드를 압축 충전해 놓은 곳이다. ‘웰빙’한 먹거리를 파는 푸드코트, ‘익스트림’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게임존, ‘팬시’한 옷을 고를 수 있는 매장, ‘쉬크’한 오후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커피숍이 올망졸망 모여 있다.

집에서라면 무릎 튀어나온 츄리닝 차림에 TV나 봐야 할 주말이지만, 말끔한 청바지를 입고 나와 2~3만원만 쓰면 프티 부르조아가 된 듯한 자아도취를 만끽할 수 있다. 대중심리 깊숙이 민감한 촉수를 뻗고 있는 자본이, 너도나도 몰 건설에 나서는 이유다.

그렇다면 호모 몰루스는 진보한 인류일까? 여기에는 아직 커다란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 깔끔한 인테리어, 밉상스런 얼굴도 ‘뽀샤시’하게 만드는 조명, 오감을 충족시키는 소비재의 더미 속에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라는, 소품종 생산과 마이크로 소비의 경제적 진화에 역행하는, 시스템이 버젓이 존재한다.

몰에서 먹는 음식은 대부분 프랜차이즈 기업의 냉동식품이고, 몰에서 파는 물건의 품질은 할인마트의 PB(자체 브랜드)상품 수준이다. 그곳에서 향유하는 문화라는 것도 알고 보면 중저가의 ‘기성품’이다. 엄밀히 말하면 몰은 산업자본이 여가와 휴식의 외피를 씌워놓고 유혹하는 소비의 공간이다.

장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물건, 주방장의 고집이 배어있는 요리, 산들바람 부는 숲 속의 상쾌함, 라이브로 듣는 실내악의 향취, 배우의 땀냄새를 맡을 수 있는 연극무대의 긴장… 그런 것은 몰에 없다. 따라서, 호모 몰루스가 소비하고 여가를 즐기는 인류의 완전태는 아니다.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인류는 진화할 테니까.

<도움말> 현대아이파크몰, 웨스턴돔, 리드앤리더 김민주 대표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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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의 미래, 또 다른 진화?

단순한 쇼핑공간을 벗어나 복합 문화공간으로 성장한 대형몰들은 과연 가까운 미래에도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니면 유통계의 ‘수퍼 고질라’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계속해서 몸집을 키울까. 혹시 온라인몰의 급성장에 의해 쇠락의 길을 걷게 되지는 않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대형몰의 미래에 대해 “지금의 외연을 유지할 것이며, 온라인몰의 공격경영에도 입지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만 도심에 밀집한 대형몰에 싫증내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교외지역, 혹은 아예 수도권을 벗어난 곳에 관광위락시설과 결합한 형태의 또 다른 몰로 진화할 것이라고 점친다.

경영컨설턴트 김민주(<앞으로 3년, 대한민국 트렌드> 저자)씨는 “아직 국내의 몰은 성장할 여지가 많아 한동안 규모가 커지겠지만, 외국의 예를 봤을 때 무조건 여러 센터와 기관들이 합쳐지기보다는 소수의 소비자를 위한 ‘카테고리 킬러’(전문상점)화의 과정을 밟을 수도 있다”며 “온라인몰의 성장이 괄목할 만하지만 그렇다고 오프라인 몰을 위축할 만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거대한 쇼핑몰에 물린 소비자들이 야외로 나들이가는 기분으로 몰을 방문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점차 녹음에 뒤덮인 자연과 어우러진 대형몰이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미국 등 북미지역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최근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신세계백화점 박수범 과장은 “지금의 어느 선진국을 보더라도 내부에 영화관을 비롯한 대형 위락시설이 들어가는 몰이 수적으로 느는 추세는 변함이 없을 것 같다”며 “몰에 대형 놀이공간이 더해지는 등 몸집은 점차 자랄 것”이라고 말했다.

“몰의 경영자 입장에선 쇼핑하도록 손님을 끄는 장치인 문화시설, 위락시설이 계속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조만간 부산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초대형몰(8만9,000㎡)이 문을 여는 등 몰의 성장은 멈추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무리 ‘원스톱 라이프 스타일’에 길든 소비자라도 대형몰에 싫증을 느끼는 날은 오기 마련. 넓어지기만 하는 몰 안에서 돌아다니는데 질릴 수 있다는 것이다.

<몰링의 유혹> 의 저자 파코 언더힐은 “이미 서구사회에선 포스트 몰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며 “미국에는 한 동네를 모두 상가로 만들어 놓은 새로운 ‘상가마을’이 조성되기도 한다. 몰보다 규모는 작지만 삶의 여유를 즐기기엔 더욱 좋다“고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김민주씨는 “미국 시애틀에서 발견한 한 몰은 정사각형의 각 코너에 한 개씩의 백화점이 입점해 있고 각 백화점 간 연결 통로는 명품을 주로 파는 고급상점이 입점해 있는 형태이며, 통로 중간 중간엔 거대한 몰을 돌아다니느라 지친 소비자들을 위한 음식점이 적소에 자리하고 있었다”며 “미로처럼 만들어 놓아 소비자들이 더 오랜 시간 머물도록 유도하는 국내 몰들과 달리 이미 서구의 몰은 소비자지향적인 문화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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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 몰들… 특징·효과적인 이용법

몰은 미로를 지향하는 공간이다. 각양각색의 매장 사이를 걸어다니다 보면 정작 왜 몰에 왔는지를 잊어버릴 수도 있다. 몰을 알차게 즐기려면 몰의 각 매장 위치도를 확보하고 주머니 사정에 맞춘 자기만의 코스를 미리 짜봐야 한다. 다음은 수도권 대표 몰들의 특징과 효과적인 이용법.

■ 코엑스몰

늦은 밤 영화를 보고 싶다면 메가박스를 찾는 게 좋다. 새벽까지 다양한 영화를 시간 제한 없이 상영한다. 에반레코드에서는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등 공짜로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이 많다. 젊은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들에게 안성맞춤이다.

■ 현대아이파크몰

주말 용산역 앞은 교통지옥. 원효대교 북단쪽을 이용, 우체국과 전자랜드 사이 길로 들어가 아이파크몰로 이어지는 후면도로를 이용하는 게 30분 가량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백화점과 전문점, 할인점, 멀티플렉스, 식당가 등의 영업시간이 각각 다른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 센트럴시티

어린 아이가 있는 가족이 찾으면 유익하다. 가족 테마공간이 있어 아이 교육에 도움을 줄 만하다. 유아 놀이기관 ‘짐보리’와 과학놀이 테마시설 ‘씽크타운’이 들어서 있고 대형서점 영풍문고도 입주해 있다.

■ 라페스타

10대 후반부터 20대 후반까지 젊은층이 많이 찾는 곳. 콘서트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즐기기에 좋다. 중앙무대에서 열리는 공개 녹화방송 시간을 미리 알아두고 찾는 게 좋다. 옥외 몰이라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기에도 그만이다.

라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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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의 치밀한 전략 "지름신을 자극하라"

몰이 백화점이나 쇼핑마트와 뚜렷하게 다른 점은 영업방법의 차이다. 백화점과 쇼핑마트는 상품 판매에 주력하는 반면 몰은 상품 이전에 놀이문화를 먼저 판다.

목표가 다르면 가는 길도 달라지는 법. 백화점과 쇼핑마트는 잘 정돈된 직선도로를 타고 고객에게 다가서지만, 몰은 미로 같은 우회로를 통해 고객을 공략한다.

■ 쇼핑은 둘째, 일단 즐겁게 만들어라

‘일단 고객을 즐겁게 하라’. 몰의 첫번째 경영 원칙이다. 몰은 고객이 쇼핑을 하지 않아도 큰 불만이 없다. 고객들의 눈과 귀와 손발이 즐거우면 1차 목적은 달성하는 것으로 여긴다.

먹고 마시고 보고 놀며 지갑을 여는 횟수가 잦아질수록 몰의 매상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몰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지름신’의 유혹에 빠질 확률은 높다. 고가의 브랜드 제품 판매는 몰의 2차 목표인 셈이다.

고객을 즐거움의 늪에 빠뜨리기 위해 몰은 치밀한 ‘게릴라 전법’을 사용한다. 잘 수납된 장롱과도 같은 백화점과 달리, 몰은 성격이 각기 다른 매장들이 어지럽게 섞여 있다. 고객들은 미로와 같은 몰을 헤매는 것도 마땅히 즐겨야 할 필수코스로 여기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의 강주일 차장은 “몰은 시야가 탁 트인 것보다 뭔가 감춰진 듯한 미로를 지향한다”며 “고객들은 길이 막히거나 복잡한 것도 하나의 재미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돌발적으로 맞부딪히는 이벤트의 향연 또한 몰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많은 몰들이 주말 깜짝 이벤트 만들기에 골몰하는 이유다.

■ 멀티플렉스는 가장 후미진 곳에

매장들이 뒤죽박죽 섞인 듯한 몰에도 질서가 숨겨져 있다. 매장 배치의 최우선 원칙은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ㆍ주력 입주업체)는 가장 후미진 곳에 배치하라’. 앵커 테넌트는 미끼 역할을 하는 입주업체를 가리키는 말로 멀티플렉스가 대표적이다. 입구에서부터 몰의 끝부분까지 멀티플렉스를 찾아가다 보면 온갖 매장의 브랜드들이 고객을 유혹한다. 코엑스몰이 대표적이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의 경우 고층 몰이라는 특성을 이용, 멀티플렉스를 최상층에 올려놓았다. 멀티플렉스를 찾았던 고객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마치 소나기에 젖듯 각종 상품에 무방비로 노출되도록 한 것이다. 이른바 ‘샤워 효과’다.

집결지 역할을 하는 만남의 광장은 몰의 필수 요소다. 백화점과 달리 몰은 연인과 친구와 가족들이 노니는 공간임을 감안한 것이다. 만남의 광장에도 몰의 치밀한 영업전략이 스며있다. 몰의 주력 매장과 상품에 대한 광고가 쏟아지고, 서점과 패스트푸드점 등 이용 빈도가 높은 매장이 집중 배치된다.

매장마다 일정 간격을 두고 설치된 엔터테인먼트 시설도 몰의 공간적 특성이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 현대아이파크몰의 경우 각 층마다 엔터테인먼트 시설 설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 물건은 백화점보다 더 다채롭게

백화점보다 더 많은 제품과 브랜드를 갖추는 것도 몰의 주요 영업 전략이다. 몰은 대부분의 연령과 계층을 아울러야 하고 온갖 상품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을 고객에게 선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몰은 그렇게 다종다양한 상품으로 고객을 유혹하지만 ‘물 관리’에는 철저하다. 입주업체 선정 때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기준은 브랜드. 코엑스몰의 경우 필수적이라 여겨지는 브랜드만을 지명해 입주시키고 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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