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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3년 만에 다시 검찰에 간 이건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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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3년 만에 다시 검찰에 간 이건희 회장

입력
2008.04.0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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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 회장이 어제 조준웅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장시간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김용철 변호사 등이 제기한 삼성그룹의 경영권 편법 승계와 비자금 조성, 정ㆍ관계 불법 로비 의혹의 최정점에 서 있는 이 회장이어서, 특검의 직접 조사는 불가피하고 또한 예견된 일이다.

한국의 대표기업을 이끄는 이 회장이 검찰에 소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3년 전인 1995년에도 노태우 대통령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당시 주요 재벌 총수들과 함께 권력형 비리의 집단적 피의자이자 피해자로 수사대상이 된 것과 달리, 이번엔 본인과 가족, 삼성의 불법과 비리 혐의가 핵심이니 본인의 당혹감과 불명예 이상으로 국민들의 심정도 착잡하다.

이 회장은 일단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삼성을 ‘범죄집단’으로 몰아가는 시각을 강하게 거부했다. 사회경제적 물의를 일으킨 것에 책임은 느끼지만, 경영권 승계를 위한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매각이나 비자금 조성 및 로비 등을 지시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검이 삼성계열사 압수수색과 주요 임직원 조사 등을 통해 혐의내용을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 회장 소환은 기소를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국민들의 관심과 걱정은 이 회장의 진술내용이나 적용될 혐의보다 국가경제의 20%를 점하는 삼성의 변화와 앞날에 모아진다. 오늘의 삼성을 만들었고 더 키워가야 할 이 회장의 역할은 존중돼야 하지만, 삼성이 ‘의혹의 과거’라는 굴레에서 얼마나 신속하고 투명하게 해방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 회장이 개인적 방어 차원을 넘어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문제를 정면으로 풀어가야 할 이유다.

사실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이번 사건은 삼성에게 오히려 약이다. 삼성의 행태를 비난하는 사람도, 안쓰러워하는 사람도 이 점에선 의견이 같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재차 도약하기 위해 지배구조와 조직문화에 쌓인 피로를 털어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기업이나 경영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도 이 회장은 국민의 ‘삼성 스트레스’를 해소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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