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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통화위원회, 이명박 색깔 짙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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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통화위원회, 이명박 색깔 짙어지나

입력
2008.04.0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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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금리정책을 결정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진용이 새롭게 구축됐다. 청와대가 2일 최도성 서울대 교수, 김대식 중앙대 교수, 강명헌 단국대 교수를 신임 금통위원으로 임명함에 따라, 기존 이성태 한은 총재, 이승일 한은 부총재, 심훈ㆍ박봉흠 위원을 포함해 7명의 금통위원석이 모두 채워졌다.

신임 금통위원 3명이 모두 학자 출신이라는 점, 관료출신이 배제된 점은 일단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배려한 인사로 읽힌다. 하지만 일부 금통위원은 이명박 대통령 자문역할을 담당한 적이 있어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일 전망이다. 시장은 당장 이들의 색깔로 달라질 금통위의 역학구도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 수 전성시대

“금리정책에 대한 정부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관료출신이 1명쯤은 올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결과는 교수 일색이었다. 1998년 금통위가 상근화된 후 7명의 위원중 3명이 교수 출신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들어 점점 색채가 짙어지는 이명박 대통령의 비관료 출신 선호 경향과 ‘모피아’(옛 재경부출신 관료를 지칭하는 말) 거부 정서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한은 내부에서도 “관료 출신이 없는 것은 다행”이라며 일단 큰 불만은 없는 분위기다.

■ 무늬만 중립?

보통 학자라면 ‘중립성’이 연상되지만 이번에 금통위원으로 등용된 3명 가운데 적어도 2명은 친(親)정부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우선 강명헌, 최도성 교수는 ‘친MB계 학자’로 분류된다. 두 사람 모두 이 대통령의 후보시절부터 교수자문단 일원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논공행상’인사라는 인상도 풍긴다.

강 교수는 이 대통령의 씽크탱크인 바른정책연구원 시절부터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 금산분리와 출자총액제한제 등과 관련한 기업 지배 분야의 공약을 만들었고 인수위 자문위원까지 지냈다. 금통위의 생명인 ‘중립성’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그는 통화정책이 아닌 산업조직 전공자여서 “금통위원으로서 과연 적격인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 교수 역시 이 대통령의 경제분야 국정운영 방향을 정리했다는 평가와 함께, 이 대통령이 수시로 경제와 금융시장과 관련한 조언을 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서울시 시정자문위원회 경제분과에 참여한 인연도 있다. 경영학 전공자이지만 증권연구원장까지 지낸 시장전문가여서, 금통위원으로서의 전문성 논란은 없을 전망이다.

최 교수는 한은의 금리인상으로 증시가 요동친 2006년 6월 “뒷북치기 금리인상으로 주가 폭락을 부추겼다”며 “주식시장을 모르는 금통위의 큰 잘못”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은 총재 추천을 받은 김대식 교수는 한은 특수연구실과 고문교수를 거쳤다. 하지만 “교수로 가기 전 잠시 머물렀던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는게 한은측 설명이다. ‘금융자율화의 핵심과제 및 중앙은행의 독립성’ 등 통화정책 관련 논문을 여러 편 쓴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한은 측 정책기조와는 거리가 있다. 그는 올초 ‘금리 왜 내려야 하는가’란 제목의 언론기고에서 “향후 금리정책은 미국과의 금리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돼야 한다”며 금리인하 주장을 펴, 한은의 현 입장과 반대편에 서기도 했다.

■ 금리 기조 바뀔까

향후 금통위 구성은 한은 측 인사 3명(이성태 총재, 이승일 부총재, 심훈 전 한은 부총재)+ 관 출신 1명(박봉흠 전 청와대 정책실장)+ 학자 출신 3명으로 바뀌게 됐다. 7명 위원이 다수결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에서 관, 시장, 학자 출신이 고루 분포해 상대적으로 한은 출신이 많았던 이전과는 다른 역학구도가 조성되는 셈이다.

새 금통위원 임기는 20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10일 금통위는 현재 진용으로 열리게 된다. 따라서 이번 달 금리인하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들이 정책결정에 참여할 5월에도 당장 목소리를 내기는 힘들기 때문에 한두 달은 한은 측 입장이 그대로 관철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신임 위원들이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하반기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질 전망이다. 신임 3명은 안정 보다는 성장 쪽에 무게를 둘 공산이 크고, 이 경우 금통위내에서 상당한 파열음이 나올 수도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이번 인사로 과거보다 한은과 이총재의 입지는 확실히 좁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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