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기업은행 우리은행 등 금융공기업의 민영화 방식을 둘러싼 정부 내의 혼선과 잡음이 볼썽 사납다. 어떤 방안이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민영화 취지에 부합되고 어떻게 하면 더 신속하고 효율적인 성과를 낳을 수 있느냐를 놓고 관련 부처들끼리 고심하고 토론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전근대적인 ‘관치’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의 소관 다툼을 넘어 급기야 학자그룹과 관료그룹의 파워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단은 금융위가 산업은행 우선의 민영화 일정을 추진하는 데 대해 재정부가 글로벌 경쟁력을 주장하며 산은ㆍ기은ㆍ우리은을 묶은 메가뱅크 우선 설립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금융위는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부문을 떼어낸 투자은행(IB) 업무와 대우증권 등 금융자회사를 묶어 지주회사로 만든 뒤 단계적으로 지분을 매각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일정을 지난달 말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할 때 강만수 재정부장관이 고만고만한 은행을 또 하나 만들어 팔겠다는 발상에 문제를 제기하며 세계 10위권의 메가뱅크를 만드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이 “규모 측면의 경쟁력까지 포함해 논의해 보자”며 갈등을 수습하고 강 장관도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물러서 일단락된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재정부는 관계법 상 금융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의 민영화 계획 수립권한이 자신에게 있다며 금융위의 일방적 발표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는다. 금융위는 재정부가 민영화나 시너지효과보다 ‘관치의 추억’에 젖어 자산 500조원대의 국책은행을 지배하겠다는 욕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공박한다.
그러다 보니 민영화의 뜻과 현실성을 따지는 진지한 논의는 잦아들고, 청와대ㆍ금융위의 민간 학계그룹과 재정부의 관료그룹 간의 힘 겨루기가 더 부각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책은행 민영화의 잣대는 속도와 시장상황, 그리고 시너지다. 이 중 메가뱅크의 시너지는 3개 은행의 영업형태를 볼 때 난망한 일이다. 일단 키워놓고 비싸게 팔 길을 찾자는 재정부의 주장은 참고할 게 못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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