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국회의원을 뽑는 4ㆍ9 총선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어제 부재자 투표가 시작됐고, 선거구별 판세 윤곽이 드러나 경합지역의 득표경쟁이 가열되는 등 선거분위기가 살아날 만한데도 두텁게 깔린 선거 무관심이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다.
유권자들의 멀어진 관심은 중앙선관위 여론조사에서 투표율이 50%를 밑돌아 사상 최저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 선거가 다가올수록 보통 줄어들게 마련인 ‘부동표’가 오히려 늘어나 거의 40%에 이르는 기현상 등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물론 ‘부동표’ 가운데는 지지성향을 감춘 경우도 포함돼 있지만, 과거와 달리 여론조사에 응답하면서 유권자들이 느꼈던 부담감이 크게 줄었다는 점에서 순수한 무관심에서 나온 ‘진짜 부동표’가 많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의 선거 무관심이 결코 우연한 것만은 아니다. 크게 보아 사회발전 정도가 높을수록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선진국의 예에 비추어 우리사회에도 본격적 정치 무관심이 나타날 때가 됐다.
가까이로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아무런 정책쟁점이 부각되지 못한 채 처음부터 대결양상에 우열이 뚜렷했던 경험, 13대 총선 이후 최악이라는 지역주의 선거 경향 등에서 비롯한 유권자들의 무력감도 작용했다. 강력한 제재장치에도 불구하고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근절되지 않은 금품선거 양상도 정치에 대한 실망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물론 유권자들의 선거 무관심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지역주의적 투표 성향을 비롯한 한국정치 문화의 많은 문제점이 지나친 정치관심과 무관하지 않았다. 또 무관심 자체가 선거에 나선 후보나 그들이 속한 정당에 아무런 의미를 느낄 수 없다는 정치적 의사표현의 적극적 양태일 수도 있다.
다만 급속히 퍼지는 정치 무관심은 결과적으로 자질ㆍ역량이 떨어지는 후보를 당선시키고, 소수 지지로 당선된 국회의원의 대표성이 흔들리는 등 엉뚱한 결과를 부른다. 그런 결과가 정치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려 정치 무관심을 더 높게 하는 악순환 구조에 빠질까 봐 걱정스럽다. 민주주의가 성숙단계에 이를 때까지라도 이런 악순환만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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