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하게 땋아 올린 금발머리와 화려한 패션 감각으로 ‘오렌지 공주’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율리아 티모셴코(48) 우크라이나 총리가 ‘터프한 여전사’로 변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부패 척결 캠페인에 나선 티모셴코 총리가 검은색 롱코트를 입고 장검을 든 여전사로 변모한 포스터(사진)를 공개했다. 포스터의 하단에는 ‘어둠 밖으로 나와라’라는 글이 쓰여 있다.
티모셴코 총리는 최근 “우리는 매주 경제의 각 부분을 어둠(부패) 밖으로 끌어내고 있다”며 부패 척결을 강조했다. 그의 부패 척결 움직임은 2004년 오렌지 혁명 이후 정부의 무능과 부패에 염증을 느낀 국민의 호감을 얻고 있으며, 일부 지지자는 티모셴코를 우크라이나에 서구식 민주주의와 경제 시스템을 정착시킬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믿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티모셴코 총리의 대결 상대로는 러시아, 천연가스 중개업체 등이 꼽힌다. 지난해 12월 총리에 복귀한 티모셴코는 이후 ‘러시아ㆍ우크라에너지’ 등 2개 중개업체가 우크라이나_러시아 가스 교역에서 가격 인상을 부추긴다며 두 나라의 직거래를 요구해 왔다.
러시아 국영 가즈프롬이 중개업체 러시아ㆍ우크라에너지 지분의 50%를 갖고 영향력을 행사하는데다, 이 회사가 우크라이나 국영 에너지 회사의 이익을 잠식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들 중개업체가 양국 고위관리의 불법자금줄이라는 의심도 하고 있다. 티모셴코는 가즈프롬과 협상해서 받은 수억 달러를 민생고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돌려줘 신임을 얻었다.
이 같은 티모셴코의 강경한 태도가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가스 공급을 축소하겠다며 압박했으며,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이 에너지 대란을 가져올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를 못마땅해 했다. 독일 프랑스가 2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저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야당도 티모셴코 총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주 티모셴코 총리와 가까운 한 사업가가 천연가스 중개업체의 우크라이나 지분을 매입하려는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자 야당은 이를 특혜라고 비난하고 티모셴코 총리의 부패를 부각시켰다.
그러나 티모셴코는 이런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있으며 ‘여전사’로 변신한 것은 그런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이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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