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아동 성폭행ㆍ살해범에게 사형 또는 무기징역을 선고토록 하는 가칭 ‘혜진ㆍ예슬법’을 만들겠다고 밝힌데 대해 현직 판사가 ‘전시효과’라고 비판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고법 행정2부 설민수 판사는 3일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성폭행범의 문제는 다른 사회적 병리현상과 비슷하며, 단칼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미 대부분의 유사 범죄에 대해 사형이 가능하고 최소 무기형 정도가 선고되고 있다”며 “(혜진ㆍ예슬법처럼) 법정형을 올리는 것은 무언가 남겼다는 한건주의는 될 지언정 현실적 대책은 아니다”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설 판사는 “선고형을 올려 범죄를 억제하겠다는 생각은 ‘경제적으로 합리성을 가진 범죄자’라는 가설에 따른 것”이라며 “그러나 인간의 성(性)을 매개로 한 행위는 기본적으로는 합리적 계산과는 거의 관계가 없고, 특히 범죄는 더욱 그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설판사는 “지금 필요한 것은 (성폭행 예방 및 범인 검거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보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강력반 형사는 날마다 벌어지는 범죄를 해결하기 바쁘고, 지구대 경관은 거리 순찰에 바쁜 현실에서 미성년자 대상 범죄에 대한 그 어떤 대책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범죄에 묻힐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