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훈 9단 ●최원용 5단
<장면5> 최명훈의 요즈음 성적이 조용하다고 느낀다면 그의 지난날이 어떠했는지 잘 아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천재들이 득실거리는 한국 바둑에서 최명훈은 제법 긴 전성기를 가졌다. 그는 재주 좋다는 소리는 한번도 듣지 못했지만 대기만성은 아니었다. 동갑내기 친구인 이창호가 워낙 빠르게 피어서 빛이 나지 않았지만 최명훈도 일찍이 10대 초단 돌풍을 이끈 주인공이었다. 스무 살이던 96년엔 명인전에서는 이창호와 도전5번기를 벌여 세상에 이름을 크게 알렸다. 장면5>
그때 이창호는 국내외에서 11관왕에 오르며 안에서는 조훈현을, 밖으로는 중국의 마샤오춘을 누르며 세계일인자를 굳히고 있었다. 도전기의 흐름은 이창호가 쉽게 이기리라는 예상을 뒤엎고 최명훈이 2대1로 앞섰다. 서로 흑을 들고 이기는 것이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5국에서 이창호가 흑을 들자 바둑계에서는 “강자는 운도 좋다.”고 탄식했다.
백1로 달려 가운데 흑집 줄이기에 나섰다. 최원용은 ‘하수의 마늘모’라는 2를 두고 ‘안전한 마늘모’라며 푸근해진다. 흑이 집은 앞서 있고 약한 곳은 없다. 변화를 줄이며 편안히 결승점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참고도> 백1로 지키면 흑2. 이러면 집 차이가 더욱 벌어지리라는 것을 잘 아는 최명훈이 마지막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흔들기라기보다는 돌을 거둘 자리를 찾은 모습이었다. 흑12로 젖히니 백이 밖으로 빠져나갈 구멍은 어디에도 없다. 이래서 최원용은 1패 1승, 최명훈이 1승 뒤 1패를 기록했다. 181수 끝, 흑 불계승. 참고도>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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