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 내 SK에너지기술원. SK가 개발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배터리가 장착된 도요타의 ‘프리우스’(4기통, 1,500cc)에 올라 페달을 밟자 마치 전기자동차를 탄 듯 아무런 진동 없이 미끄러져 나갔다. 연구원의 비탈진 길을 서서히 오르며 전기로만 운행되던 자동차는 시속 50km에 이르자 비로소 엔진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하이브리드카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자동차 전면에 부착된 에너지 내비게이터에는 배터리와 엔진에서 동력이 전달되는 에너지 흐름이 그대로 나타났다.
연구원 서쪽단지 실증시험동 1층 연구실에 들어서자 대형 베개 2개를 합친 크기의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배터리가 영하 30~영상 60도의 급격한 온도변화 속에서 지속적인 전기 충ㆍ방전을 통해 운행 실험을 하고 있었다. 자동차 내구 연한인 10여년 동안 출력이 떨어지지 않는 배터리 개발을 위한 실험의 일환이다.
SK에너지가 미래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해 추진해온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배터리 양산체제 준비가 본격화하고 있다. SK에너지는 2010년 양산을 목표로 최근 대덕연구단지 인근에 시제품 양산라인 설비 공사에 들어갔다. SK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발에 나선 현대ㆍ기아차는 물론, 미국 메이저 업체들과 사전협의를 통해 기술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실제 2주전 미국 상원의 에너지ㆍ자원위윈회 위원장인 제프 빙거먼 등 에너지 전문가 10명이 SK에너지기술원을 직접 찾았다. 이들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자영 SK에너지 R&D담당 사장과 함께 SK가 2005년 세계 3번째로 개발한 리튬전지 관련 실험실 등을 둘러보고 하이브리드 배터리 장착 자동차를 시승하는 등 SK의 대체에너지 개발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SK는 이미 2년 전 세계적인 수준의 에너지ㆍ출력 밀도를 가진 리튬 폴리머 배터리 개발에 성공, 미국에서 판매 중인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에 이 제품을 장착해 시험운전에 들어갔다. 또 이를 기반으로 미국의 국책연구소 알곤내셔널랩(ANL)과 샌디아내셔널랩(SNL), KAIST 등 국내ㆍ외 기관과 공동연구를 통해 안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중휘 수석연구원은 “SK가 개발한 리튬전지의 핵심 소재인 분리막(LiBS)은 이미 국내 제조업체들에게 납품이 될 만큼 성능도 입증됐고 국산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본격적인 양산체제에 돌입하기 전까지 배터리 성능 개선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경제성 있는 제품을 만드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 동안 전 세계 하이브리드 자동차 배터리 시장은 파나소닉, 산요 등 일본 업체들이 독식해왔다. 최근 고유가 시대를 맞아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배터리 수요는 갈수록 급증할 전망이다. 김원석 연구기획팀 부장은 “미래형 자동차인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자동차 등에 적용할 수 있는 고성능 배터리 개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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