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무풍지대라는 뜻에서 ‘태플론 총리’라고 불렸던 버티 어헌(56ㆍ사진) 아일랜드 총리가 공교롭게도 부패 스캔들로 재임 12년 만에 물러나게 됐다.
1997년부터 세 번 연속 총선을 승리로 이끌며 아일랜드 역사상 두번째 최장수 총리라는 기록을 갖고 있는 어헌 총리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함께 북아일랜드 평화협상을 중재해 북아일랜드의 신ㆍ구교 공동 자치정부가 탄생하는 데 산파역을 담당했다. 경제적으로도 재임 10여년간 서유럽 최고 수준의 지식산업을 이끌어 ‘유럽의 낙오자’라는 비아냥을 듣던 아일랜드를 ‘켈틱 호랑이’로 탈바꿈시켰다.
다음달 6일 사임하겠다고 발표한 어헌 총리는 재무장관 재직 기간을 포함,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10만 아일랜드파운드의 헌금을 착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어헌 총리는 “아내와의 결별에 따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들의 돈을 빌렸을 뿐 결코 부정한 돈을 받지 않았고, 공직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어헌 총리는 부인 미리암과 헤어졌지만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의 관련 법률에 따라 이혼은 하지 않았으며 두 명의 딸을 두고 있다.
어헌 총리는 1977년 처음 의회에 입성한 뒤 87∼91년 노동장관, 91∼94년 재무장관을 지냈다. 43세 때 집권 피어너 파일당 사상 최연소 당수로 선출된 후 46세에 아일랜드 총리로 취임했다.
후임으로 브라이언 코웬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피어너 파일 당수 겸 총리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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