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동 성폭력사범 엄단 및 재범 방지대책’을 내놓았다. 안양 초등생 납치 살해와 일산 납치미수 사건의 잇단 충격을 고려, 서둘러 대책을 마련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동 성폭행 살해범은 사형ㆍ무기징역에 처하고 단순 성폭력범도 집행유예와 가석방을 하지 않는 등, 우선 손쉬운 처벌 강화를 앞세운 점이 두드러진다. 가혹한 형벌로 범죄를 막지 못한다는 원론적 시비는 접어두더라도, 총체적ㆍ전방위적 접근과 거리가 먼 것이 답답하다.
아동 성범죄의 심각성을 사법기관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않는 현실에서는 형벌 절차 강화가 얼마간 도움될 수 있다. 또 상습 성범죄자에게 추적장치를 채우고, 도착적 성범죄자는 형 집행 뒤 치료감호로 묶어두는 재범 방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는 대체로 범죄 전과자들을 감시, 견제하는 데 그친다. 숱한 잠재적 범죄자들에게서 어린이들을 지키는 데 얼마나 도움될지 의문이다.
안양과 일산 사건의 충격이 큰 것은 아동 성범죄 예방과 대응 태세를 전혀 갖추지 못한 우리 사회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난 때문이다. 특히 경찰의 허술하고 게으른 자세가 국민의 분노를 불렀다. 은폐된 경우가 훨씬 많은 아동 성범죄의 특성 등에 비춰, 경찰과 정부는 물론이고 학교 민간단체 가정 등 사회 전체가 예방과 대처에 힘을 모아야만 참담한 비극을 그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노력에서 앞선 영국의 경우, 아동 살해와 성범죄를 전담하는 ‘아동학대수사본부’를 지역경찰마다 두고 있다. 이 조직은 수사뿐 아니라 행정 교육기관 및 아동보호단체와 연계한 우범자 정보 전파와 예방교육 등을 총괄한다. 또 인터넷 이용범죄 감시와 신고, 상담, 경계발령, 교육 등을 하는 온라인 아동학대예방센터(CEOP)를 운영, 민간 및 외국과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영국의 이런 노력이 형식에 그치지 않는 것은 관련사이트를 살펴보면 이내 알 수 있다. 아동 성폭력에 무방비한 현실을 법과 형벌로 바꿀 수 없다는 각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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