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20년 가까이 전도 활동을 해온 신도를 처음으로 형사 입건했다. 도로를 무단 점거하고 불법으로 현수막을 설치해 행인들의 시야를 어지럽힌 데다 확성기와 스피커로 주변을 시끄럽게 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일 오후 5시 30분께 서울 중구 명동 신한은행 사거리에서 행인을 상대로 기독교 전도 활동을 하던 김모(51)씨를 연행, 도로교통법과 도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김씨는 자신이 다니는 명동 L교회 소속 신도 10여 명과 함께 1990년부터 같은 장소에서 거의 매일 번갈아 전도 활동을 해왔다.
김씨는 그 동안 범칙금 스티커를 발부 받은 적은 있지만 형사 입건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경찰은 김씨와 함께 전도 활동에 참여한 다른 신도들을 소환 조사한 뒤 형사 입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시민들이 오가는 명동에서 확성기와 스피커까지 갖춰 놓고 시끄럽게 전도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민원이 빗발쳤지만 종교 탄압이라는 오해를 받을까봐 범칙금만 부과해왔다”며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법 질서 확립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그냥 두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단속에 나선 경찰관에게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호통치며 도망갔다가 붙잡혔고, 이후 조사 과정에서는 순순히 잘못을 인정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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