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부처별 잉여 인력을 6개월이나 1년 코스로 교육 받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리기가 무섭게 이를 뒷받침하는 시책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공무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과장 국장 등 보직을 받지 못한 부처 4급 이상 고위 공무원 205명이 1일부터 ‘특별 교육’을 받고 있지만 정작 ‘태풍의 눈’은 5급 이하 1,500여명이다. 이달 말까지 통폐합 부서 위주로 교육 대상자가 분류되기 때문에 이들은 그야 말로 ‘좌불안석’이다. 생존에 실패하면 옷을 벗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조기출근파
국토해양부의 사무관 A(45)씨는 요즘 오전 6시30분께 사무실에 도착한다. 평소보다 1시간이나 빠르다. A씨는 “출근이라도 일찍 해야 눈치가 덜 보인다”며 한숨지었다. 충혈된 눈, 일그러진 표정의 A씨지만 뒤이어 들어오는 동료들을 환하게 맞는다. ‘혼자 살려고…’라는 눈초리는 애써 무시할 수밖에 없다.
■ 공적 자료 챙기기
지식경제부 6급 B(48)씨는 업무가 대충 마무리되는 오후 5시 이후가 더 바쁘다. 교육 대상자에 자신의 이름이 오를 경우에 대비해 공직생활 동안 “참 잘했어요”라는 업무성과 공적자료를 모아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만큼 잘했는데 내가 왜…”라는 소명목적이 물론 크다. B씨는 “무능한 공무원, 못난 가장이 될 수만은 없지 않냐”며 미간을 찌푸렸다.
■ 인사부서는 쇄도 전화로 몸살
교육과학기술부 등의 인사과는 전화몸살을 앓고 있다. 자신의 거취를 묻는 질문이 태반이다. 아무리 “모른다”고 해도 “괜한 너스레 떨지 말라”는 핀잔만 돌아온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합쳐지다 보니 총무, 인사, 예산 등 중복부서가 많아 재교육 인원이 100여명은 넘을 것”이라며 “교육부는 과기부 직원을, 과기부는 교육부 직원을 서로 경계하는 눈치전쟁까지 벌어진다”고 귀띔했다.
50대 보건복지가족부의 한 6급 직원도 “내년 정년을 앞두고 교육 대상자로 찍혀 공직생활을 불명예스럽게 마무리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말문을 닫았다. 기획재정부는 6, 7급 10명과 기능직 30명 등 총 40여명이, 농림수산식품부도 60명이 이번 교육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 기존 부처도 전전긍긍
부처가 합쳐지지 않아 이번 4급 이상 특별교육에 불과 1명이 포함된 노동부와 환경부 등도 전전긍긍해 하긴 마찬가지다. 환경부의 7급 C(34)씨는 “4급 이상 교육 대상자가 극소수라고 해서 하위직까지 그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정부부처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의 국정철학만 놓고 보면 (하위직의)상당수가 그만둘 수도 있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모두 퇴출을 의미하진 않을 것”이라며 “각 부처의 초과인력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아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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