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토요일도 일요일도 없다고 생각해. 남편이 죽기 전 회사에서 들었다는 말입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닙니다. 도시바(東芝)가 노동환경개선에 더 적극 나서줬으면 좋겠습니다.”
일본 사이타마(琦玉)현 도시바공장에서 일하다 과로에 우울증을 얻어 자살한 기술직 사원 K씨(당시 37세)가 노동감독기관으로부터 노동재해 사망 인정을 받았다고 일본 언론들이 2일 보도했다.
당초 이 사건은 시간외 근무 등 과로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자료가 없어 유족에게 불리했다. 일본 노동감독기관은 재해 판정 때 사원과 회사의 기록을 모두 참고해 노동시간을 확정하는 게 보통이다. 도시바는 2006년 말 재해 신청 시점에는 “(출퇴근을 기록하는)타임 카드의 보존 기간이 지났다”며 K씨의 노동시간 기록을 제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동관청은 K씨의 부인이 매일 꼼꼼히 적어온 일기 속에 남아 있는 남편의 출퇴근 시간을 계산해 그것을 재해 판정의 유일한 근거로 삼았다.
1990년 도시바에 입사한 K씨가 도쿄(東京) 북부 사이타마현 후카야(深谷)시에 있는 도시바후카야 공장으로 전근간 것은 2000년 10월. 가동 단계에 있는 액정 기판 생산라인에 투입돼 전근 3개월 뒤부터 시간외 근무가 생활처럼 됐다. 일에 시달린 K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체중이 줄고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러던 중 그 해 12월4일 행방불명됐고 16일 뒤에 자살로 짐작되는 사체로 발견됐다.
사이타마현 구마가야(熊谷)노동기준감독서가 부인의 일기를 토대로 계산한 K씨의 노동시간은 “통근시간이나 휴식 시간을 고려해도 매달 평균 100시간 전후의 장시간 노동”이었다. 자살 직전 한 달 동안은 시간외 노동시간이 154시간을 넘었다.
같은 시기 공장에서 일했던 한 여성 직원도 시간외 근무와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업무로 우울병을 얻어 재해 신청 절차를 밟던 중 돌연 해고 당했다며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도쿄지방재판소에 낸 해고무효청구사건 의견진술서에서 “공장 가동과 함께 직원들이 매일 심야 근무, 휴일 출근을 강요당했다. 가동 후 문제점들이 적지 않게 발생해서 매일 회의가 열렸고, 회의를 한 다음 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질책을 받았다. 몸이 견딜 수 없었다. 더 이상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적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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