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박모 원장은 요즘 환율에 대한 뉴스만 나오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올 1월초만 하더라도 일본 엔화 환율이 최초 대출을 받은 2년 전과 유사한 850원대였는데 불과 2달 만에 20%나 상승한 1,000원 전후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조만간 만기가 다가오는 엔화자금대출의 원금상환 걱정이 태산이다. 대출 원금인 1,000만엔을 환율 850원으로 계산하면 약 8,500만원이지만, 1,000원으로 계산하면 원금이 1억원이 되기 때문에 약 1,500만 원이나 원금을 더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엔화대출은 지난 70년대 중반부터 은행이 수출입을 영위하는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기업자금 용도로 빌려주던 외환대출 중 하나. 지난 2002년 시중 은행들이 저금리의 일본 엔화자금을 국내에 대거 끌어오면서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엔화대출은 통상 엔화 리보(Libor)금리에 일정부분의 가산금리를 적용한 변동금리로 운용된다. 일본의 정책금리가 거의 제로 수준이었기 때문에 대출 이자율이 2~3%에 불과했고, 국내의 원화대출 이자율 6~7%의 절반수준이라는 점에서 당시로서는 상당히 매력 있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매력적인 조건 뒤에는 환율의 변동이라는 상당히 큰 위험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박 원장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필자의 견해는 원화대출로의 전환이나 일본엔화 선물환계약을 통해 환리스크를 제거하는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다. 은행에서는 환율의 급격한 변동으로 고객에게 불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 소정의 수수료를 부담하고 원화대출로 전환하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엔화강세를 점치고 있는 상황이므로 빠른 시일 안에 원화대출로의 전환을 실행하거나 일본엔화의 선물환계약을 통해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축소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환율의 비상 사태이다. 이는 불안한 금융시장으로 인한 심리적 혼란에서 비롯된 상황으로 볼 수 있으며 당분간 환율의 변동성은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으므로, 노출되어 있는 위험 요인들은 되도록 빨리 제거해 나가는 것이 현명한 자산 관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정걸 국민은행 아시아선수촌PB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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