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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개발 시장 "설 이후 거래 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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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개발 시장 "설 이후 거래 0입니다"

입력
2008.04.0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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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이후 매물이 40여 개나 나왔지만 실제 거래된 건수는 제로(0)입니다. 집값을 내려도 사려하는 사람이 아예 없어요.”(도곡동 S공인중개소 김모 대표)

“2월부터 하루 전화 한 통 받기 힘들 정도로 조용합니다. 절간이나 다름없지요.”(대치동 M공인중개사무소 송모 대표)

지난 2일 ‘부동산 1번지’로 불리며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을 주도해온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 청실 아파트 등 대표적인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몰려 있는 이 지역 부동산중개소는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국토해양부 업무보고에서 “복잡해도 재건축 재개발을 해 도심 주택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해 한 때 규제완화의 기대감이 부풀었지만 정작 강남 재건축 시장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실제 강남 재건축 단지가 몰려있는 대치동 역삼동 도곡동은 최근 신규아파트 입주로 인한 매매가 간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래가 뚝 끊긴 상태다.

M공인중개사무소 송모 대표는 “은마아파트는 올해 2월 7건의 거래가 이뤄진 후로 현재까지 단 한 건도 매매가 없다”며 “4,400가구 중 7건이 거래가 된 거면 시장이 죽었다고 할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매물은 40여 개가 나왔지만 매수자가 없어 두 달째 거래를 하지 못했다.

인근 청실아파트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H공인중개사무소 봉모 대표는 “지난 설 연휴 이전 고등학교 배정으로 25건의 전세거래가 이뤄진 이후 전세와 일반매매 모두 ‘제로’ 상태다”라고 말했다. 2년 전 한달에 10건 이상의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와 비교하면 사실상 휴업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청실아파트뿐만 아니라 근처의 우성, 선경, 국제 아파트 등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도 매매가 단 한건도 없었다. 거래는 끊겼지만 시세는 지난해 연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도 재건축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는 방증이다.

개포동 주공아파트의 경우는 가격이 하방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공1단지는 2월보다 1,000만~2,000만원 하락해 36㎡(11평)형이 6억3,000만원, 42㎡(12평)형이 7억7,000만원, 49㎡(14평)형이 11억2,000만원 선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재건축ㆍ재개발 활성화 정책의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이 필요한 것은 따로 있다”고 말한다. 부동산 규제보다 현실적으로 대출 규제가 주택 거래를 가로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단 가격이 떨어져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는 ‘돈맥 경화’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부동산 대출비율을 개인별 소득을 기준으로 묶어 놓은 이후 아파트를 사고 싶어도 돈이 모자라 못산다”며 “은행대출이 개인 소득 기준이 아닌 자산담보가치 기준으로 이뤄져야 매매도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소 대표도 “실제 과거 강남 아파트의 매매 흐름은 강북과 여의도, 목동, 그리고 과천 등에 살던 사람들이 아이 교육을 위해 아파트를 팔고 들어와 아이 교육이 끝나는 시점에 다시 팔아 분당 등 인근 신도시 대형평형으로 가는 구조였다”며 “하지만 대출규제로 돈이 묶이면서 거래가 급격히 끊기고 매매 선순환 구조가 무너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의 재건축 아파트 용적률 완화 발표에 따라 매매가 조금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은경 스피드뱅크 리서치 팀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대부분이 6억원 이상으로 종부세 대상이어서 선뜻 구입하기가 어려운데다 강북 재개발 시장이라는 대체 상품이 나오면서 거래가 쏠리고 있다”며 “현 정부의 재건축 활성화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올 때까지는 강남 재건축은 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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