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5호선이 개통 완료된 1996년의 일이다. 지하철도 낯설고, 자동계단에는 더욱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저 가파르고 길고 그래서 무서운 자동계단을 어떻게 걸어다닌단 말인가, 하고 당연히 가만히 서 다녔다. 그때는 가만히 서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오른쪽은 정지, 왼쪽은 통행’ 캠페인이 펼쳐졌다.
그날은 무심코 왼쪽에 서 있다가, 지하철 직원도 아니고, 질서 지키기 운동하는 아줌마부대한테 싫은소리를 들었다. 나는 그날 기분이 별로 안 좋았던 터라 따졌다. “그런 법이라도 있어요?” 아줌마는 “법에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시민 에티켓이지요. 상식 아닙니까, 상식!”이라면서 더욱 훈계를 하였다. …10여 년이 지나 내 억울함이 풀렸다. ‘자동계단에서는 무조건 서 있기’ 캠페인이 펼쳐진 거다. 위험하니까!
그런데 지난 10여 년 동안 ‘오른쪽은 정지, 왼쪽은 통행’에 익숙해진 시민들, 대대적인 질서 지키기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동계단 왼쪽으로는 바삐 걸어다닌다. (나 역시!) 이거, 쉽게 고쳐질 것 같지 않다. 대중적으로 너무 오랜 세월 길들여진 습관인 것이다. 그런데 이번 캠페인이 옳긴 옳은 걸까? 또 한 십 년 지나서 딴 소리를 하는 것 아닌가?
소설가 김종광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