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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선택 4·9 격전지를 가다] 후보 동행 취재 <3> 전남 목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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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선택 4·9 격전지를 가다] 후보 동행 취재 <3> 전남 목포

입력
2008.04.0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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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님 사모님 왔다 가신 뒤로 박지원이 쪽으로 확 기울어부렀어.” “뭔 소리여. 머라 해도 아직 민주당이제. 민주당 후보를 찍어야제.” “그랑가. 근디 이상열이도 현역 의원인디 뒤심 쓰겄제.”

1일 목포역 광장. 남도의 봄볕에 해바라기를 하고 있던 60대 노인 일행에게 4ㆍ9총선 전남 목포 판세를 묻자 돌아온 답이었다.

통합민주당 정영식, 무소속 박지원 이상열 후보가 경합 중인 목포는 이번 총선에서 호남 지역 최대 접전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박 후보와 현역 의원인 이 후보가 민주당 공천혁명 바람에 휘말려 낙마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여기에 목포시장과 행정자치부 차관을 지낸 정 후보가 민주당 간판으로 나서면서 ‘한지붕 세 가족’ 간 공방이 치열하다. 한나라당 천성복, 민주노동당 윤소하 후보도 나섰지만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실제 판세는 어떨까. 지난달 하순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지원 정영식 후보가 25% 안팎의 지지율로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형국이었다.

이상열 후보는 17~19%로 추격 중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김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목포역 광장에서 “박 실장은 남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라고 지원 연설을 하면서 판세가 요동을 쳤다. 1일 공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김심(金心)’을 업은 박 후보가 35.5%로 치고 올라갔고, 정 후보는 23.4%, 이 후보는 12%가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거전은 과열 양상이다. 31일 오후 2시 목포 KBS. 선관위 주최 합동토론회에서는 세 후보 간 인신 공격이 계속됐다. “밀실공천을 해 주지 않자 국민의 정부 실세였던 사람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철새정치인 아니냐.”(정 후보) “목포가 동교동 가신 때문에 난장판이 되고 있다.

개인비리로 처벌 받아놓고 왜 아니라고 하느냐.”(이 후보) 공세가 집중되자 “저는 누구를 비난하지 않겠다”던 박 후보도 “이 후보는 자녀를 위해 고액 과외비를 지출했던 문제가 있다”고 역공을 펼쳤다.

토론회가 끝난 뒤 본격적인 거리 유세가 시작됐다. 오후 5시 산정동 중앙하이츠아파트 앞. 300여명의 지지자 앞에 선 박 후보는 “국정경험과 강한 추진력이 있다. 어떤 후보보다 많은 예산을 따올 수 있다. 목포 발전의 적임자 아니냐. 당선되면 민주당으로 돌아가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국회의원 아무나 하나’라는 노래 가락에 맞춰 춤도 췄다.

“다른 후보들의 견제가 심한 것 같다”는 질문에 “상대를 신경 쓰지 않고 정책대결로 이끌겠다. 꼭 당선돼 햇볕정책 추진, 소외계층 보호, 목포 발전에 앞장서고 싶다”고 말했다. 그를 지지한다는 박인철(59)씨는 “힘이 있응께 서울 가도 잘 할 거요. 그래야 목포도 앗싸리하게 발전하지 않겄소”라고 말했다.

오후 6시 인근 연산동 주공아파트 앞. 정 후보는 “공천특검을 통과한 민주당의 공식 후보다. 가짜 무소속 후보를 물리치고 진짜 민주당 후보를 살려야 한나라당도 견제할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지자 김영순(59ㆍ여)씨는 “이제 DJ 시대는 넘어갔자네. 민주당 공천 받았다는 거 자체가 신용 아니여”라고 말했다.

정 후보에게 “DJ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냐”고 묻자 “위대한 인물로 모셔야 하는데 이용하는 사람이 있어 이를 비판하는 것일 뿐”이라며 박 후보를 겨냥했다.

한 시간 뒤 다시 산정동 상가. “많이 좀 도와주십시오.” 이 후보가 어둠 속에서 수행원들과 함께 삼겹살집을 찾아 한 표를 호소하고 있었다. “열심히 했는디 워째서 공천을 못 받았을까잉.” 지지자 정감영(63)씨의 격려에 이 후보는 허리를 굽히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 후보는 “누가 진짜 목포에 필요한 일꾼인지 시민들은 알아줄 것”이라며 역전승을 다짐했다.

밤거리 유세가 끝난 뒤 후보들의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박 후보는 ‘큰 인물, 큰 발전’이라는 구호로 능력에 초점을 맞췄다. 정 후보는 ‘목포의 자존심’이라는 구호보다 더 큰 ‘통합민주당 후보’라는 글씨가 눈에 확 들어왔다. 당을 보고 찍어 달라는 얘기다. 이 후보는 상동 선거사무실에 ‘국비 1조5,000억원 확보’라는 걸개를 내걸어 현역 시절 성과를 앞세우는 전략을 취했다.

취재를 마치고 목포역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기사 최철구(42)씨는 목포의 상황을 한 마디로 압축했다. “DJ를 보고 찍자니 민주당이 울고, 민주당을 찍자니 DJ가 웁디다.”

목포=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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