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가전업계의 대표 여성기업 루펜리(대표 이희자)와 한경희생활과학(대표 한경희)이 치열한 영토싸움에 들어갔다.
한경희생활과학은 1일 저가형 음식물처리기 ‘애플’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그 동안 루펜리가 평정해온 음식물처리기 시장 분할작전에 돌입한 것이다. 루펜리는 이에 질세라 자회사인 리빙엔을 통해 ‘스팀 바지다리미’를 선보이며 스팀 생활가전의 강자인 한경희생활과학의 아성에 도전한다.
두 회사는 창업자가 모두 여성인데다 각자 전업주부에서 생활 아이디어를 이용한 발명품으로 연간 매출 1,000억원 대의 기업을 일군 공통점이 있다. 두 CEO는 아이디어 발굴 초기 단계에 한국여성발명협회 회원으로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두 회사는 현재 음식물처리기 시장에서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가정용과 업소용을 묶어 약 3,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음식물처리기 시장은 가전업계가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이라고 평할 정도로 이제 막 움트는 단계다. 1990년대 중반 미생물발효 방식의 음식물처리기가 개발됐으나, 효과가 떨어지고 냄새가 난다는 단점 탓에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러다가 루펜리가 2003년 탈취용 필터와 온풍건조 방식을 적용한 음식물처리기 ‘루펜’을 개발하면서 시장이 살아났다. 현재 루펜리가 전체 시장의 90% 정도를 석권하고 있다. 루펜리는 업소용 제품을 주로 생산하다 지난해 7월부터 원하는 장소에 놓고 쓸 수 있는 프리 스탠딩 방식의 20만원 대 일반 소비자용 제품을 개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음식물처리기 시장이 커지자 한경희생활과학이 도전장을 낸 것이다. 한경희생활과학은 5일부터 실속형 음식물처리기 ‘애플(FD-2000)’을 10만9,000원(홈쇼핑에선 9만9,000원)에 판매할 계획이다. 루펜에 비해 용량을 1ℓ이상 키운 6ℓ제품이고 음식물을 담는 바스켓에 은나노 항균처리를 했으며 소음이 없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한경희생활과학 김상식 마케팅본부장은 “전체 음식물처리기 시장의 5% 정도인 가정용 제품이 올 여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존 제품에 비해 가격과 품질에서 우위에 있는 만큼 올해 압도적 차이로 시장 선두를 쟁탈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루펜리는 애플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한 의혹이 있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루펜리 전경원 마케팅실장은 “지난해부터 음식물처리기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워낙 많아 최근 온풍건조 방식과 탈취용 필터에 대해 특허를 신청, 허가를 받았다”면서 “애플이 건조방식은 물론 내부 구조까지 루펜을 그대로 모방했다는 의혹이 있는 만큼, 출장 중인 이 대표가 귀국하는 대로 특허권 보호를 위한 적절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펜리는 애플에 맞불을 놓기 위해 보급형 제품을 역시 9만9,000원 대에 홈쇼핑을 통해 판매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특허 침해 논란에 대해 한경희생활과학 측은 “범용화 기술을 조합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 사의 경쟁은 시장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충돌”이라면서도 “다만, 기술 개발 등 지속적인 발전 없이 저가 경쟁으로 기울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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