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8월 36세의 젊은 나이에 돌연사한 영원한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의 초상권이 이미 소멸돼 누구나 그의 사진을 비롯한 이미지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방법원은 마릴린 먼로의 초상권 문제를 둘러싼 재판에서 3월초 이같이 판시, 유산관리사에 이용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미국에서는 주마다 초상권 보호 조례가 달라 뉴욕주 경우 사망과 동시에 유명인의 초상권이 소멸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캘리포니아주는 사후에도 일정기간 초상권을 유지해 보호하는 것으로 명기하고 있다. 때문에 먼로의 초상권 재판은 그간 그가 뉴요커인지 아니면 캘리포니아 주민인지가 최대 쟁점으로 됐다.
1일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넷판에 따르면 마거릿 모로 판사는 먼로의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였던 증인이 법정에 출두해 "캘리포니아의 저택 경우 호텔 투숙을 싫어하는 먼로가 현지에 갈 때마다 묵던 잠자리에 불과하다"는 증언을 신빙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또 모로 판사는 캘리포니아주 세무당국이 제출한 40년 전의 납세기록에서 먼로가 뉴욕의 아파트를 진짜 집으로 생각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곤 했다는 가정부의 진술을 중시했다.
더욱이 결정적으로 60년대 먼로 유산의 관리자가 상속세를 적게 낼 목적으로 세무당국에 그가 뉴욕 주민이라고 주장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이런 증언과 자료를 토대로 판사는 먼로가 사망할 당시 뉴욕 시민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은 지금까지도 인기를 끄는, 생전의 먼로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많이 촬영했던 사진작가의 유족이 유산관리사를 상대로 제기했다.
유족들은 먼로가 죽었을 때 뉴욕주 거주자였던 만큼 초상권이 바로 소멸돼 사진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산관리사는 다양한 증거에서 먼로가 캘리포니아주 법률에 따라 엄연한 현지 주민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며 반론을 펴왔다.
먼로의 유산관리사는 그가 세상을 떠난 후 40여년 동안 3,000만 달러(약 300억원) 이상의 초상권 이용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산관리사는 로스앤젤레스 법원이 캘리포니아를 주거지로 삼았다는 명백한 증거들을 도외시했다면서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윌리엄 커닝엄 유산관리사 대변인은 "이번 판결로 이론적으로 누구라도 먼로의 이미지를 싸구려 물건이나 음란물에 악용할 소지가 생겼다"며 고인의 명예를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원고측은 유산관리사가 더 이상 이용료를 징수하지 못하게 되면 먼로와 관련된 상품들이 더욱 많이, 훨씬 싼 값으로 나올 것이라고 환영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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