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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맛

입력
2008.04.0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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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 / 강

1725년 4월 2일 조반니 자코모 카사노바가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태어났다. 1798년 73세로 몰. 유럽 전역을 떠돌며 130여명의 여자들을 편력했던 카사노바의 이름은 곧 '엽색가' '희대의 바람둥이'의 의미로 통하지만, 그는 법학박사이자 외교관으로 계몽주의 비판서와 선구적 공상과학소설 등 40여권의 책을 쓴 당대의 지성이었다.

그의 자서전인 12권의 회고록은 그대로 18세기 유럽의 사회ㆍ풍속사이기도 하다. 그의 회고록도 번역돼 있고, 그를 엽기적 호색한이 아닌 자유인이라는 관점에서 재평가한 전기도 여럿 있다. 그런데 카사노바를 생각하자니 다른 책보다 로알드 달(1916~1990)의 소설이 떠오르면서 슬그머니 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이 일기와 비교하면 카사노바의 '회고록'은 기독교 잡지 같았으며, 오스왈드에 비하면 카사노바도 성적 능력이 한 수 아래로 여겨졌다." 로알드 달의 베스트 소설 10편을 묶은 <맛> 에 실려 있는 작품 '손님'에 나오는 이야기다.

주인공 오스왈드는 죽기 전에 조카에게 자신의 일기 28권을 집안에서 보관해 달라고 편지를 보내면서 "만일 이것을 출판한다면… 내가 일기에서 언급한 여자 수천명 가운데 반은 아직 살아 있기 때문에… 그 여자들은 아마 딱 2초 만에 네 머리를 쟁반에 담아 오븐에 넣고 구워버릴 것"이라고 겁을 준다.

그러나 숙부의 흥미진진한 일기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자서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조카가 위험을 무릅쓰고, 일기에서 딱 한 편 '시나이 사막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곧 '손님'의 내용이다.

로알드 달은 장인이다. 진짜 이야기꾼의 면모가 뭔지를 보여주는 작가다. 능청스러운 진지함과 유머로 이야기를 끌어가다가 어느 순간 기막힌 반전으로 마무리하는, 사기꾼 같은 그의 솜씨는 한번 손에 들면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혹 그의 이름이 생소하더라도 <찰리와 초콜릿 공장> <마틸다> <그렘린> 등 영화의 원작이 모두 그가 쓴 어린이책이라고 한다면 아, 하고 무릎을 칠 독자들이 많겠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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