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우세 구도 굳히기에 나선 한나라당이 '박근혜 딜레마'에 빠졌다. 현재로선 무난한 과반 확보가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영남을 중심으로 한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후보들의 선전이 여간 신경 쓰이지 않는다. 수도권에서도 이들 때문에 어려운 승부가 펼쳐지는 곳이 꽤 된다는 게 당 자체 분석이다.
그 배후에 침묵하는 박 전 대표가 있다고 보는 당 지도부는 일단 박 전 대표를 향해 "입장을 분명히 해 달라" "유세 지원에 나서 달라"며 압박에 나섰다. 하지만 이 문제를 잘못 다뤘다가는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어 당 지도부의 고민이 깊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1일 관훈토론회에서 "박 전 대표가 지원유세에 나서 주기를 희망한다"면서 "박 전 대표를 밀었던 의원이 당에도 많은 만큼 마음을 움직여 주시면 고맙겠다 "고 말했다.
이방호 사무총장도 이날 "박 전 대표의 이름을 팔고 사진을 같이 게첩하는 등의 일에 대해 박 전 대표의 입장은 어떤 것이냐는 많은 문제 제기가 있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경병(서울 노원갑) 유정현(중랑갑) 안병용(은평갑) 후보 등 한나라당 수도권 출마자들은 이날 여의도 당사를 찾아 "박정희 대통령이 일으켜 세운 우리 경제를 다시 반석 위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박 전 대표께서 한나라당 후보 지원유세에 나서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3월 31일엔 안상수 원내대표가 "박 전 대표가 공천 과정에서 섭섭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도 한나라당과 대한민국을 위해 큰 일을 해 줘야 한다"며 유세 지원을 요구 했다.
당 지도부의 유세 지원 압박은 현실적 이유가 있다. 박 전 대표가 침묵을 접고 한나라당 지원유세에 나설 경우 이탈했던 당 지지표가 결집하면서 수도권과 충청권의 접전지 상당수가 한나라당 쪽으로 돌아설 공산이 크다.
우위 구도를 확정 짓는 일종의 '위닝 샷'인 셈이다. 만에 하나 박 전 대표가 총선 전에 또 다시 당 주류를 비판하고 나설 경우 총선 판도가 막판에 흔들릴 수도 있다. 당 지도부의 박 전 대표 압박은 이에 대한 적극적 방어의 성격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 머무르는 박 전 대표는 이날 "저번에 할 얘기는 다 했으니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했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지적한 당 공천 시스템의 과거 회귀에 대해 당 지도부가 책임지는 모습부터 보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지원유세 계획이 없다는 지난번 기자회견에서 입장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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