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 사탕을 물고 녹음실에 들어온 강산에(본명 강영걸ㆍ45)는 '라구요'부터 한결같이 굳혀왔던 질그릇처럼 투박한 이미지를 벗은 듯했다. 느릿느릿 사투리 섞인 말투는 여전하지만 싹둑 자른 머리카락에 덮인 얼굴은 더 이상 무겁지 않았다.
그렇다고 여느 록커처럼 세련된 풍모는 아니지만 <삐따기> 앨범에서 소리쳐야 했던 나름의 숙제는 끝낸 듯 홀가분한 분위기로 다가왔다. 그가 새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답' 을 부른 이유를 알 듯했다. 알게 모르게 인생의 정답에 근접해 있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삐따기>
강산에가 6년의 공백을 매듭짓고 최근 8집 앨범 <물수건> 을 내놨다. 연달아 2일부터는 20일까지 무려 3주 동안 서울 홍익대 앞 상상마당 라이브 홀에서 콘서트를 갖는다. 오랜만의 강행군. 그는 "일이 많아지니까 오히려 머리가 홀가분해진다"며 인터뷰의 첫 질문에 답했다. 물수건>
"일본에서 2장의 싱글앨범을 내기 위해 곡 준비를 하는 등 나름대로 음악의 주변에서 떠나지 않았어요. 인생의 답을 찾기 위한 여행도 좀 다니고. 하하. 그런데 음반을 내려던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그냥 시간을 막 써버린 것처럼 보이게 됐어요."
'라구요'를 비롯해 부정부패로 얼룩진 1990년대 한국사회를 풍자한 '태극기'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정서와 분단의 현실을 노래에 절묘하게 녹여냈던 그다.
오랜만에 내놓은 8집 앨범은 7집 <강영걸> 과 마찬가지로 너무나 소소하기에 놓치고 살았던 일상에 색다른 렌즈로 포커스를 맞췄다. 첫 곡 '아침사과'는 껍질째 깨물면 새콤한 기운이 온몸을 흩고 지나는 느낌이 상쾌하며, 일본인 아내가 작사한 '낮잠'은 슬라이드 기타연주가 아름다운 곡이다. 강영걸>
"저는 생활인과는 거리가 먼 '덜 생활적'인 사람이에요. 일상을 잘 관찰하고 그 감성을 곡에 넣는다고 하는데, 사실 놓치는 게 많아요. 다만 하나를 잡으면 파고드는 게 있죠."
11번째 트랙 '사막에서 똥'은 방황의 시간을 보낸 2000년 미국의 한 사막에서 실제로 경험한 에피소드에서 힌트를 얻은 곡이다. "진짜 기회가 되면 꼭 아무도 없는 오지에서 똥 한 번 눠보세요. 머릿속 채널이 확 바뀌는 기분이랄까. 진득하게 몸 속에 굳어있던 질문에 대한 답이 솟아납니다. 삶이냐 죽음이냐, 내가 왜 여기까지 왔을까, 등등 이런 관념적이고 이상적이면서 죽을 때까지 풀지 못할 것 같던 문제의 답이 명쾌하게 튀어나왔죠. 사막에서 똥을 눈 다음날 방황을 끝내고 귀국했습니다."
강산에는 처음부터 이상적인 행복을 추구하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날카로운 사람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냥 저의 어머니 얘기를 하는데 그게 우리 민족이 힘들게 경험했던 역사와 맞물렸더군요. '라구요'로 유명해지면서 일종의 책임의식이 생겼다고 할까. 이때부터 환경과 사회문제를 담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죠."
강산에니까 가능한 질문 하나를 마지막으로 던졌다. 꿈꾸는 이상향이 뭐냐는 물음이었다. "지난해 하와이에 사는 일본인 친구를 방문한 적이 있어요. 그때 가본 해변이 생각나요. 옷을 벗고 싶으면 벗고 가리고 싶으면 가리고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섞여 노는 게 마치 천국에서나 벌어질 듯한 평화로운 장면이었어요. 제가 그리는 세상이라고나 할까요. 내 노래로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예전엔 그저 노래로 사람들을 압도하려는 생각이 앞섰는데, 이젠 그렇지 않아요. 제 생각이 너무 이상적인가요?"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