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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미수 범인 이씨 검거/ CCTVㆍ교통카드에 덜미… 이씨 "성폭행 하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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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미수 범인 이씨 검거/ CCTVㆍ교통카드에 덜미… 이씨 "성폭행 하려했다"

입력
2008.03.3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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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초등생 유괴ㆍ살해 사건 때와 판박이였다. 이번에도 경찰은 이명박 대통령과 경찰청장의 독촉이 이어진 뒤에야 초등학생을 욕구의 대상으로 삼으려던 파렴치범을 검거했다. 대통령이 사건 발생 후 나흘 동안 손을 놓고 있던 경찰에 불호령을 내린 지 꼭 6시간만에 사건은 해결됐다. 경찰 수사 지휘체계의 구조적 문제와 자생적 수사 의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범인 검거

경찰은 31일 사건이 발생한 일산의 아파트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에 찍혔을 때의 모습과 같은 복장을 한 남자가 범행 직후인 26일 4시15분께 지하철 3호선 대화역 개찰구를 통과하는 장면이 담긴 CCTV를 확보했다. 경찰은 이 남성이 승강장에 도착한 뒤 자동판매기에서 커피를 뽑아 마시며 전철 한대를 통과시킨 뒤 오후 4시27분께 수서행 전철을 타는 장면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CCTV에 찍힌 시간대에 사용된 교통카드 사용 내역을 조사했다. 그 결과 범인이 서울 강남구 지하철 3호선 수서역에서 내린 사실이 드러났다. 이때부터 경찰은 수사 인력을 총동원, 수서역 주변에 사는 성폭행 전과자들을 대상으로 집중 탐문 수사에 착수했다. 범인 이씨의 윤곽이 드러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경찰은 용모가 CCTV에 찍힌 범인과 비슷한 이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수서에 있는 이씨 거주지를 급습했다. 집에서 범행 당시 입었던 옷가지가 나왔고, 경찰은 31일 오후 8시30분 거주지 인근 대치동 대중사우나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결국 이번 사건 해결도 안양 초등생 유괴ㆍ살해 사건과 마찬가지로 대통령과 경찰 수뇌부의 닥달에 떠밀린 일선 경찰관들이 총동원돼 이뤄진 것이다.

범인 주변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상습강간 혐의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2년전 출소했다. 출소 후 일정한 직업 없이 일용직 노동으로 연명하며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김에 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수서동에서 술을 마신 뒤 술에 취해 무작정 전철을 탔다가 대화역에서 내렸고, 역에서 나와 아파트 단지를 걷던 중 뒤?아가던 A양이 힐끗힐끗 쳐다보길래 기분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이씨는 "A양에게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말했는데 A양이 말을 듣지 않고 반항해 때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러나 이씨의 전과 등을 감안, 실제 동기를 집요하게 추궁한 끝에 "성폭행 하려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안양 초등생 유괴살해사건과 오버랩 되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경찰은 이씨가 이번 사건 발생 3개월 전 사건 현장에서 300m 가량 떨어진 아파트 현장에서 발생한 유사 범죄와도 관련이 있는지 여부 등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안일한 경찰

경찰은 26일 A양 폭행ㆍ납치미수 신고를 받고도 사건을 '단순 폭행'으로 치부해 버렸다. 출동한 경찰관은 A양이 폭행 당하고 끌려 나가는 CCTV 장면은 무시한 채 용의자가 술에 취해 있었다는 목격자 진술에 의존해 정신이상자나 술 취한 사람의 우발적 폭행사건으로 결론지었다. 일산경찰서도 지구대 경찰관의 보고에 따라 경기경찰청과 경찰청에 '납치 시도'사건이 아닌 '단순 폭행'사건으로 보고했다. 경찰은 부실ㆍ늑장 대응이 알려진 31일 이 대통령이 일산경찰서를 전격 방문하자 그때서야 총력 수사체제로 급전환했다. 경찰은 이날 사건 부실ㆍ늑장 처리의 책임을 물어 일산경찰서 형사과장, 대화지구대장 등 6명을 직위해제 및 중징계 조치하고, 경기경찰청장과 일산경찰서장은 서면 경고했다.

허정헌 기자 이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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