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은 지구적인 위험입니다. 과거처럼 국가단위로 해결하기보다는 코스모폴리탄적인 방법으로 풀어야만 합니다.”
1980년대 중반 현대사회를 분석하는 틀로 ‘위험(risk)’ 이라는 요소를 제시한 ‘위험사회 이론’을 발표, 명성을 얻었던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64) 런던정치경제대 교수는 31일 서울대에서 ‘위험에 처한 세계 : 비판이론의 새로운 과제’를 주제로 가진 강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그가 1980년대 제시했던 ‘위험사회’에서의 위험은 노동문제, 고령화문제 등 18,19세기에 서구에서 진행됐던 근대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일개 국민국가의 영역에서 풀 수 있었다.
그는 “현재 세계는 환경적 위험, 글로벌 금융위험, 테러조직에 의한 위험 등 최소한 세 가지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이 위험의 해소를 위해서 코스모폴리탄적 대응은 필연적”이라고 강조했다.
벡 교수에 따르면 코스모폴리탄적 시각이란 미국이나 영국 같은 몇몇 강대국이 힘으로 다른 국가를 배제하며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부국과 빈국 등 모든 국가의 시각을 아우르는 것이다. 그는 이를 “넓게 듣는 정치이자, 지구적 정의의 정치”라고 규정했다.
그는 “가령 기후변화가 초래한 위험을 놓고 보면 이는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의 모든 인구, 문화, 종족, 집단, 지역 들에게 공통으로 해당되는 위험”이라며 “생태주의에 대한 자각이 있는 미국인들, 저개발 국가, 개발도상국 정부, 중국 인도 남한 등의 시민사회운동, 심지어 글로벌자본까지도 광범위하게 연합해야 이 위험을 극복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편 그는 환경적 위험, 글로벌 금융위험, 초국가적테러 위험 같은 지구적 위험들은 공통적으로 사전위험대응수단을 세우는 정책을 요구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자유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정치한 고민도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1일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등과의 ‘위험사회와 성찰적 근대화’를 주제로 한 워크샵, 2일 ‘위험사회를 넘어 : 코스모폴리탄 근대성이론’ 등을 주제로 한 경희대 공개강연 등을 마친 뒤 5일 독일로 떠난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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