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개인 사찰에 정부 예산을 지원하도록 압력을 넣고(직권남용), 전 재벌 회장의 석방 청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변양균(59)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만 인정하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특히 변씨가 연인 사이인 신정아(36)씨가 동국대 교수에 임용되도록 압력을 넣어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검찰의 기소 혐의(뇌물수수)에 대해 “변씨와 신씨의 경제적 이득은 상호 관계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김명섭 판사는 31일 변씨와 신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변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검찰이 변씨를 기소한 4개 혐의 중 특별교부세 압력 행사 부문만 인정하고 나머지 3개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김 판사는 변씨가 10여개 기업에 전화를 걸어 신씨가 일하던 성곡미술관 주최 전시회 후원을 요청했다는 혐의에 대해 “직권을 남용해 법률상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강요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또 신씨의 교수임용 과정에서 변씨와 신씨가 공모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김 판사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두 사람이 별도로 생계를 꾸린 만큼 공직자인 변씨가 신씨의 뒤를 봐줘 신씨가 경제적 이득을 챙겼다 해도 그것을 통해 변씨가 이득을 본 것은 없다는 게 무죄 선고의 논리다. 이와 함께 변씨가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측의 석방 청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돈을 건넸다는 김 전 회장 부인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김 판사는 “변씨는 흥덕사의 실소유자이자 전 동국대 이사장인 영배 스님으로부터 특별교부세 지원 청탁을 받고 관련 부처에 압력을 행사해 10억원을 지원토록 했으며, 자신의 아내가 다니는 보광사 지원을 위해 똑같은 압력을 행사했다”며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변씨와 달리 신씨는 학력을 위조하고 미술관 공금을 빼돌린 혐의(사문서위조 및 업무상 횡령 등)가 인정돼 징역 1년6월이 선고됐다. 김 판사는 “신씨는 미국 캔자스대 3학년 중퇴 학력이 전부인데도, ‘캔자스대를 졸업하고 예일대 박사과정에 입학했다’는 내용으로 학력을 위조해 대학강사에 임용되고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에 선정되는 등 업무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또 성곡미술관 큐레이터와 학예연구실장 등으로 근무하면서 전시회 비용 일부와 신축건물 조형물 설치공사 수수료 등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신씨의 미국 학위 위조 혐의 가운데 ‘예일대 박사학위’ 위조 부분의 경우, “박사 학위를 위조한 일시와 장소, 방법 등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없다”며 공소를 기각했다.
한편 김 판사는 변씨, 신씨와 함께 기소된 영배 스님과 박문순 성곡미술관장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재판장이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가진 자의 겸손’이었다”며 “피고인들은 남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야 할 ‘가진 자’이면서도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불행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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