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들의 비리와 방만경영 실태는 만화경에나 나올 법 했다. 초과 근무도 하지 않았는데 시간외 수당을 수 백억원을 지급하고, 영업활동이 필요 없는 공기업의 업무추진비가 법적 한도를 10배나 넘는가 하면, 점수조작을 통한 직원채용 등 인사 부정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감사원은 31일 31개 주요 공기업의 경영실태(2002~2006년)에 대한 10일간의 예비조사에서 이 같은 비리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따라서 본감사가 시작되면 공기업의 비리는 더 드러날 전망이다.
● 월급ㆍ보너스 같은 시간외 수당
한국마사회는 2001년부터 시간외 근무수당을 아예 기본급으로 전환, 직급별로 35만8,000~18만3,000원(월 20시간 분)을 정액 지급했다. 그러다가 2004년 11월부터는 이미 기본급에 시간외 수당이 포함돼 있었는데도 또 다시 시간외 근무수당 항목을 편성해 직급별로 9만~14만8,000원씩 정액 지급했다. 마사회는 2006년 12월부터 이마저도 기본급에 편입했다. 이렇게 초과근무 시간과 무관하게 지급된 시간외 근무수당은 7년간 234억여원에 달했다.
중소기업은행은 2005년12월 지급대상이 아닌 1, 2급 간부에게도 62시간 분의 시간외 근무수당을 줬으며 한국수출보험공사는 사기진작 명목으로 42시간 분의 시간외 근무수당을 전 직원에 지급하는 등 공기업 상당수가 시간외 수당을 전 직원 나눠먹기 식으로 사용했다.
한국토지공사는 사내근로복지기금 265억여원을 공사 30주년 기념명목, 개인연금저축 지원명목 등 기금 목적과 무관하게 사실상 급여나 다름없이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 업무추진비는 유흥비ㆍ사비(私費)
증권예탁ㆍ결제에 대한 독점 업무를 하고 있는 증권예탁결제원은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데도 업무추진비 등 섭외성 경비가 법적 한도의 10배를 초과해 집행했다.
임원들은 지난 2년간 섭외성 경비 8억4,800만원을 유흥주점이나 나이트클럽 등 유흥성 경비나 상품권, 보석 구입 등 개인용도로 사용했다.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인 한전KDN 감사 L씨는 업무추진비 1,130만원을 공휴일ㆍ휴가 중에 쓰거나, 스포츠 의류용품을 구입하는 등 개인 용도로 사용했으며 2006년 3월 임명이후 주중에 국회의원 출마예정지를 14차례나 방문하는 등 정치활동도 했다.
● 채용비리 및 퇴직자를 위한 편법 외주용역
대한석탄공사는 지난해 정규직 기능인력 31명을 채용하면서 간부들이 청탁한 응시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원서를 선별 접수하고 경력증명서를 위조해 기준 미달자를 합격시켰다. 한국조폐공사도 지난해 인사청탁을 받은 특정인을 합격시킬 목적으로 자격증 점수를 조작, 666위인 응시자를 45위로 둔갑시켜 합격 처리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11월 통행료 수납업무를 아웃소싱하면서 정년 이전 퇴직한 장기근속자에게 수의계약으로 운영권을 나눠줬으며 이에 따라 공개경쟁입찰보다 76억여원이나 과다하게 외주용역비를 지급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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