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의 쿠부치(庫布齋) 사막. 걷잡을 수 없이 불어 닥치는 편서풍을 타고 모래가 빠른 속도로 주변 땅을 삼켜가고 있다.
불과 200년전 황하의 퇴적물이 황폐해진 초원을 덮치며 탄생한, 지구상에서 가장 젊은 사막 중 하나인 쿠푸치가 그악스럽게 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악명 높은 황사의 발원지가 바로 이 곳. 해마다 서울 면적의 3배에 달하는 3,000㎢에 달하는 지역을 덮으며 동진하는 사막 모래는 바람을 타고 하늘로 치솟아 베이징(北京)과 텐진(天津)을 넘어 단 3일 만에 서울에 닿는다.
어쩔 도리 없는 천재(天災)로 여겨졌던 이 사막에 최근 상상도 못했던 푸른 희망의 싹이 자라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젊은이들이 이곳에 나무를 심어 생태계를 복원해 보자며 2006년 시작한 ‘한중우호녹색생태원’ 조성 프로젝트가 그 것이다. 산을 옮기려던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古事)처럼 무모해 보이던 이 사업에 기적처럼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한중문화청소년협회미래숲(한중미래숲ㆍ대표 권병현 전 주중대사)이 중국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과 함께 지난 2년 동안 심은 버드나무, 사막버들 180여만 그루가 쿠부치 사막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도로를 따라 10㎞ 넘게 열을 지어 자라고 있다. 한낮의 찌는 열기, 밤이면 영하 20도까지 기온이 떨어지는 혹독한 추위를 이기고 살아남은 ‘묘목’들이다.
아직은 언뜻 막대들이 땅에 꽂힌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작은 가지들이 돋아나고 있다. 땅에 뿌리를 내리는 활착률이 놀랍게도 85% 이상이다. 더욱이 최근 주변에 들쥐, 다람쥐, 토끼가 나타났고 까마귀와 도마뱀, 여우까지 간간히 출몰하고 있다.
죽음의 땅이 조금씩 부활하는 조짐이다. 이 ‘숲’을 관리하는 현지 공청단의 위성바오(余生彪ㆍ35) 부서기는 “봄ㆍ여름 두달 간 집중적으로 나무를 심는 한편, 한 겨울에도 60여명이 매일 나와 한 그루라도 살리기 위해 온 정성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쿠부치 사막에 인접한 따펀뚜웨이(大墳堆) 촌에서 만난 쉐우란(徐玉蘭ㆍ47ㆍ여)씨는 “전엔 우리 마을도 몇 십 가구가 살만큼 컸는데 모래바람에 치어 이제 네 집 밖에 남지 않았다”며 “그래도 사막에 나무를 심기 시작하면서 요즘 확실히 황사가 줄어든 것 같다”고 조심스런 희망을 내비쳤다. 어쩌면 먼 훗날 예전처럼 농사를 짓게 될 날이 돌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이날 제7기 한중미래숲의 한국 대학생 61명과 중국 공청단 소속 청년 200명은 다시 2,000여 그루의 묘목을 심으며 프로젝트 3년차인 2008년의 첫 사업을 시작했다.
쿠부치 사막에 길이 28㎞, 폭 3~8㎞의 녹색장성을 쌓는 이 야심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총지휘해온 권병현 대표는 “작년까지는 사막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최전선 구축에 모든 것을 걸었다”며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올해부터는 녹화지역을 공격적으로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미래숲은 이를 위해 UN기구 등록도 준비하는 등 사업의 세계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이동사막’을 멈추는 역사상 첫 전례를 만들기까지는 겨우 첫발을 뗀 셈이다. 사업을 후원해온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은 “중국의 사막화는 온난화와 더불어 인류가 처한 환경재앙 중 최악”이라며 “황사를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민간단체와 기업, 정부 당국자들 모두 적극적인 해결에 나서야 할 때”라며 각별한 관심을 촉구했다.
쿠부치사막(네이멍구자치구)=김대성 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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