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지역구 공천에서 탈락한 박희태 김덕룡 두 5선 중진을 강재섭 대표와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했다. '박근혜 마케팅'으로 선거 판세를 흔들고 있는 친박연대나 무소속 출마자 바람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선거유세에 유력 낙천자를 재활용하는 아이디어는 통합민주당이 먼저였다. 김민석 선대위 부위원장 등 공천 낙천자들로 '화려한 부활' 유세단을 꾸려 경합지역 지원에 나서고 있다. 선거 지원에 나설 간판 스타가 부족한 형편에서 이 낙천자유세단은 지원유세 요청이 쇄도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과거 선거에서 볼 수 없었던 이런 풍경은 공천에 탈락하면 몸담았던 당을 저주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이 당 저 당 옮겨가던 행태보다는 낫다. 그러나 이런저런 '하자'가 있다고 탈락시켰던 인사들을 선거운동의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어색하다. 쇄신공천 경쟁을 한다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그 쇄신공천 탈락자 재활용에서도 경쟁하는 모양은 우습다. 공천이 잘못됐음을 자인하는 꼴이기도 하다. 물갈이와 쇄신ㆍ개혁 공천에 호감을 보였던 국민들로서는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것 말고도 선거의 기본 취지를 우습게 만드는 기이한 일들이 줄을 잇고 있다. '저도 속았습니다. 국민들도 속았습니다'라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말을 앞세운 친박연대의 홍보광고도 그 하나다. 한나라당 주류의 '박근혜 죽이기' 공천을 부각시켜 동정표를 얻으려는 의도이겠으나 정치도의를 넘어섰다는 비난이 만만치 않다.
상식에 맞지 않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 배경은 총선 후 한나라당 주도권 장악을 노린 권력 다툼에 있다. 지역감정을 건드린 것으로 강한 비난을 산 강재섭 대표의 'TK 15년 핍박' 망발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만 자신의 입지를 굳힐 수 있다고 보는 데서 비롯됐을 것이다.
투표일이 8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총선전이 이렇게 엉뚱하고 우스꽝스러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으니 주요 정책과 노선 등에 대한 경쟁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책임 있는 정당들이라면 지금이라도 정책대결 시늉이라도 내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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