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금융 위주로 재편되는 건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공통 현상입니다. 파생상품 하나가 세계를 흔들 정도죠. 이런 흐름이 종국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예측할 순 없지만, 금융이 장악한 현대 사회의 단면을 들여다 본다는 점에서 제 소설의 의미가 있을 겁니다.”
계간 <문학의 문학> 에서 시행한 5,000만원 고료의 장편소설 공모전에서 당선된 우영창(52)씨는 22년 경력의 전직 ‘증권맨’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350~400원이고 단말기 대신 칠판에 주가를 기록하던 1981년 증권회사에 입사해 2003년 퇴사할 때까지 줄곧 주식 거래 및 영업에 종사했다. 그는 시인이기도 하다. 문학의>
중앙대 문예창작과 75학번(소설가 최성각 하일지, 시인 원구식씨 등이 동기다)으로 85년 동인지 <판> 을 통해 등단했고, 지금까지 3권의 시집을 냈다. 우씨가 처음 쓴 장편이라는 당선작 <하늘다리> (문학의 문학 발행)는 그의 경험과 필력이 십분 발휘된, 31세 여성 펀드매니저 ‘맹소해’를 주인공으로 한 금융소설이다. 하늘다리> 판>
작가는 타인의 자산을 맡아 증시라는 예측 불가의 거대 시장에서 고투하는, 영욕을 오가는 증권맨들의 일상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시쳇말로 ‘골드 미스’라 할 만한 양성애자 맹소해의 성적 편력도 적나라하게 묘사해 독자의 흥미를 자극한다. 이처럼 인간 욕망의 두 축인 돈과 성(性)을 씨줄ㆍ날줄로 엮어가며 소설은 현대 사회의 심연에 놓인 탐욕의 파노라마를 펼친다.
문장, 특히 단문을 구사하는 작가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짧은 문장들은 서로의 꼬리를 물기보단 스타카토처럼 비약하면서 문장 간 의미의 빈틈을 독자가 메워 나가도록 유도한다. 리듬을 타면 롤러코스터라도 탄 듯한 짜릿한 속도감을 느낄 수 있다.
책 출간을 맞아 31일 기자간담회를 가진 우씨는 “한국문학에서 증권 분야는 창작의 여지가 많은 분야”라면서 앞으로도 금융소설을 더 쓸 계획임을 밝혔다. 그는 “주로 음모론에 기반한 미스터리물에 머물렀던 일본 증권소설과 달리, 금융사회 속 현대인의 삶을 주목하는 진지한 작품을 쓸 것”이라며 “한국을 넘어 세계로 무대를 확장한 스케일 큰 금융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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