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마샤를 맡은 학생부터 보죠. 당신이 연기한 마샤는 연출가와 상의해 만든 캐릭터인가요? 주변의 특정 인물을 모델로 삼았나요, 아니면 당신이 만든 캐릭터인가요? 마샤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배우는 자신의 일부만 역할을 위해 사용해야 합니다. 모두 동원하면 극 중 인물이 아닌 배우 자체로 비쳐질 뿐이죠."
용인대 연극학과 학생들이 안톤 체홉 원작의 연극 <갈매기> 를 단 10분 여 선보였을 뿐인데 티셔츠에 배낭 차림으로 등장한 노장의 날카로운 질문 공세는 끊이지 않았다. 갈매기>
3일~6일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를 연극 <마부 마인의 인형의 집> 의 연출가로 방한한 리 브루어(71)는 공연에 앞서 지난달 31일 LG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리 브루어의 연출 워크샵'이라는 이름으로 6개 대학 연기 전공 학생들이 꾸린 공연팀과 만남을 가졌다. 마부>
미국의 혁신적인 연출가 리 브루어는 왜소증 남성과 큰 키의 여성을 배치한 파격적인 캐스팅이 돋보인 <마부 마인의 인형의 집> (2003)으로 오비상 연출상을 받았으며 이번 내한은 이 작품의 29번째 공연을 위한 것이다. 그는 이날 워크샵에서 훌륭한 연출가의 노하우로 "보스처럼 지시하지 말고 배우들과 협력할 것"을 강조했다. 마부>
각 팀의 연기를 10분 동안 본 후 무려 2시간의 토론을 이끌어 냈다. 특히 배우들에게 끊임 없이 제기한 문제는 '연출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따른 것이냐, 배우가 함께 만들어낸 캐릭터냐'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배우들에게 진실된 연기를 요구하며 '단지 흉내를 내며 느끼지 못하는 연기(To indicate)'는 피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워크샵에 연출자로 참가한 용인대 연극학과 대학원생 김규보(32)씨는 "배우들이 놓친 부분을 지적해 주고 틀에 갇힌 배우들의 모습을 하나씩 일깨워 주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배우로 참여한 신정원(24)씨는 "작은 공간에서도 연출의 변화만으로 얼마나 극이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해 깨달은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워크샵은 리 브루어의 연출 스타일을 그대로 반영한 자리다. 그는 워크샵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변증법적인 공연(Dialectical Theatre)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작품의 반은 배우와 연출이 보여주고 나머지 반은 관객에게 맡긴다는 의미다. 리 브루어는 그래서 이번 한국 공연이 조금은 두렵다고도 했다.
배우와 연출의 공동 작업의 산물이자 아이러니, 희극과 비극의 요소가 혼재돼 있는 이번 작품에 대해 한국 관객이 어떻게 느낄지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2000년 연극 <하지> 의 연출가로 한국을 찾았던 그는 "한국 관객은 분명한 컨셉트의 연극을 선호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
출연 배우로 브루어와 함께 방한한 머드 미첼(48)이 "토론이 계속되면서 과연 이 작품이 끝을 맺을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고 할 정도로 브루어는 배우들과의 협력을 중시한다. 배우와 의견을 한데 모은 거장은 한국 관객에게, 한국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떠나게 될까. 리 브루어의 연출 워크샵은 1일까지 이어진다.
김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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