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쟁점이 없던 4ㆍ9 총선 가도에 한반도대운하 문제가 최대 이슈로 등장했다. 야권은 대운하 반대를 고리로 연대 움직임을 구체화하기 시작했고, 한나라당은 “무책임한 정치공세”라고 방어에 나섰다.
통합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공세는 가히 전면전 수준이다. 정부의 대운하 착공 검토 문건과 정부 내 비공개 대운하 전담팀 운영이 사실로 확인된 데다, 경찰과 국정원 측이 대운하 반대 교수들에 대해 성향 조사를 한 사실까지 드러나자 야권은 공격 강도를 최고조로 높였다.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한나라당의 과반의석 확보 전망을 뒤흔들 수 있는 호재로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한나라당이 총선 공약에서 대운하를 제외시킨 것은 국민을 속이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갈수록 힘을 받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30일 국회에서 ‘대운하 밀실추진ㆍ정치사찰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지도부는 물론 촌각을 아끼면서 유세 현장에서 뛰고 있는 서울지역 후보들도 상당수 참여했다. 대운하 문제에 당력을 총결집시키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얻으면 특별법 제정을 통해 대운하를 강행할 것”(정동영 후보)이니 “민주당에 힘을 실어 한나라당의 과반의석을 막아달라”(강금실 선대위원장)는 게 규탄대회의 핵심 메시지였다.
자유선진당도 이날 청와대 앞에서 대운하 반대 집회를 열었다. 10대 공약 가운데 하나로 대운하 반대를 내세웠던 선진당은 “이명박 대통령은 대운하 포기 선언을 해야 한다”고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야권 공조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창조한국당과 진보신당은 이번 총선을 아예 ‘대운하 강행세력 심판’으로 규정한 뒤 대운하에 반대하는 정당들의 대표 회담을 제안한 상태다. 민주당 내에서도 한명숙(경기 고양 일산동) 후보 등이 군소 야당 후보들과 이와 관련한 공동행보를 시작한 터라 조만간 야권 공조 움직임은 더 확산될 개연성이 높다.
한나라당은 야당의 대운하 추진 반대 움직임을 ‘정치공세’라고 비판하면서 대운하를 총선 공약에서 제외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야권의 주장은 총선용 꼼수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강재섭 대표는 영남지역 기자간담회에서 “대운하는 국토의 모양을 바꾸고 환경ㆍ경제 등 중요사항이 포함된 대사업”이라며 “최대한 검토하고 또 검토하기 위해 공약에서 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무작정 추진하려고 했으면 총선 공약에 내걸었을 텐데 그게 아니니까 공약에서 뺀 것”이라고도 했다.
조윤선 대변인도 대운하를 총선 공약에 넣어 심판받으라는 야권의 압박에 대해 “총선을 불과 열흘 앞두고 단 몇 시간 토론만으로 결정하자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양정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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