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8개 시중은행이 수수료 담합 혐의로 적발돼 100억원에 가까운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개 은행이 수출환어음 매입수수료와 ‘뱅커스 유전스(banker’s usance)’ 인수수수료를 신설키로 담합한 혐의를 적발, 시정명령과 함께 총 95억9,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라고 30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외환, 중소기업은행 등 5개 은행은 2002년 4월부터 수출상에게서 환어음을 받고 대금을 선지급할 때 서류심사 대가로 ‘수출환어음 매입수수료’를 신설하고 건당 2만원씩 부과했다. 이들 은행은 금융감독원이 이자 적용기간 계산방식을 변경하라고 요구하자 이에 따른 수익 감소분을 보전하기 위해 수수료를 신설했다.
또 국민, 신한, 하나, 외환, 우리, 기업, 산업, 제일은행 등 8개 은행은 2002년 11월부터 뱅커스 유전스 인수수수료를 신용장 금액의 0.4% 수준으로 신설키로 담합했다. 뱅커스 유전스 인수수수료는 신용장 개설은행이 신용장을 개설한 뒤 다른 은행이 이를 인수할 때, 처음 신용장을 개설한 은행이 수입상에게서 추가 징수하는 수수료다.
공정위는 “인수 은행이 인수수수료를 징수하고 개설은행은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아닌데 담합을 통해 중복 징수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들 은행이 수수료 신설 이후 징수한 총액은 뱅커스 유전스 인수수수료가 1,574억원, 수출환어음 매입수수료는 384억원 등 총 1,958억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은행들이 정기모임을 갖고 다른 은행의 업무실적, 신상품, 수수료 등 가격 정보를 관행적으로 교환해 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당 은행들은 “갑자기 비용 발생 요인이 생기면 수수료 신설 등을 통해 충당할 수 밖에 없고, 같은 서비스에 대한 은행 수수료도 비슷할 수 밖에 없다”면서 담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다만, 공정위에 즉각 이의 신청을 하기보다는 충분히 법률적 검토를 거쳐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공정위의 시정명령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해당 수수료를 계속 징수할 수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우리는 공정거래법상 담합 행위에 대해서만 적발과 제재를 할 수 있으며, 신설한 수수료를 없애도록 하거나 올린 가격을 다시 내리도록 명령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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