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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GS칼텍스 이희완 감독 암 투병중 우승/ "감독님은 병마와 싸워 이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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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GS칼텍스 이희완 감독 암 투병중 우승/ "감독님은 병마와 싸워 이기세요"

입력
2008.03.3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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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저희가 흥국생명을 이기고 우승했어요. 감독님도 꼭 병과의 싸움에서 이기세요!”

2007~08시즌 프로배구 여자부 정상에 등극한 GS칼텍스 주장 남지연과 세터 이숙자 등은 30일 병석에 누운 이희완 감독의 쾌유를 빌었다. 지난 1월 위암 수술을 받은 이 감독은 눈시울을 적시며 “나도 약속대로 암과의 싸움에서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이 감독은 항암 치료의 후유증으로 몸을 가누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GS칼텍스가 챔피언 결정전에서 흥국생명을 3승1패로 꺾고 우승한 29일 인천 도원체육관을 찾았다. “마지막 경기는 꼭 내 눈으로 확인하겠다”며 고집을 부렸기 때문. 혹시 선수들에게 부담이 될까 3층 꼭대기에서 몰래 경기를 지켜본 이 감독은 선수들을 껴안은 채 눈물을 펑펑 쏟았다.

GS칼텍스가 우승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만년 하위였던 GS칼텍스는 지난해 9월 한국배구연맹컵 대회에서 우승컵을 차지해 일약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정대영이 시즌 개막을 앞두고 충수염(맹장) 수술을 받아 성적이 곤두박질했고, 이 감독마저 수술대에 올라 사면초가에 몰렸다. ‘성적이 나빠 감독이 경질된다’ ‘우승은커녕 플레이오프 진출도 어렵다’는 소문들이 무성할 수밖에 없었다.

GS칼텍스가 5연패의 수렁에 빠졌던 1월 말. 이 감독은 이성희 수석코치와 선수들에게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힘내라.” 챔프전 최우수선수 정대영은 “암과 투병중인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우승하자고 의기투합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때부터 선수들은 이를 악물고 경기에 나섰고, 이 감독도 암과의 싸움에 매달렸다.

GS칼텍스가 9년 만에 우승하는데 임시 사령탑을 맡은 이성희 코치의 지도력을 빼놓을 순 없다. KT&G와 흥국생명의 전력을 낱낱이 분석해 GS칼텍스 선수들을 환골탈태시켰다. 2월 중순부터 과감히 실시한 체력훈련도 챔프전에서 빛났다. 정규시즌 3위로 플레이오프에 겨우 턱걸이한 GS칼텍스가 한국 최고 거포 김연경이 버틴 흥국생명을 제압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 감독은 “시즌 초반 성적이 나빠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 코치가 잘해준 덕분에 결과가 좋았다. 구단에 면목이 없었는데 코치와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우승하니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31일 항암치료를 위해 경희대병원을 찾는다. 선수들은 이미 목표를 달성했기에 이제 감독이 병과 싸워 이길 차례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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