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철의 여재상'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아들이 서부 아프리카 적도 기니에서 2004년 발생한 쿠데타 미수사건에 연루, 전세계에 지명수배돼 쫓기는 신세가 됐다.
적도 기니 검찰 당국은 29일(현지시간) 대처 전 총리의 장남 마크 대처(54)가 쿠데타에 개입한 증거를 확보해 국제형사경찰기구(ICPO 인터폴)를 통해 국제수배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마크 대처는 2005년 1월 같은 사건으로 반용병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남아프리카공화국 법원에서 징역 4년의 집행유예형을 선고받는 한편 300만 란트(약 5억원)의 벌금까지 지불한 바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하지만 적도 기니 정부는 석유 이권을 노려 테오도로 오비앙 은게마 음바소고 대통령을 축출하려 획책한 쿠데타의 음모세력에 대처가 200만 달러의 자금을 제공했다고 의심, 이 같은 수배조치를 발령했다.
호세 올로 오보노 검사는 이날 AFP 통신에 "마크 대처와 관련된 새로운 증거를 찾아내 그를 이곳에서 반드시 신문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며 "그가 현재 어디에 사는지를 몰라 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대처는 지금까지 적도 기니의 쿠데타 계획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바 없다고 일관되게 부인했으나 주모자로 지목되는 영국 공군 특수부대 SAS 대원 출신인 사이먼 만(55) 등을 알고 있다고 시인했다.
사이먼 만은 2004년 3월 적도 기니를 전복시킬 목적으로 짐바브웨에서 무기와 장비를 조달하려다가 체포돼 징역 7년형을 언도받고 복역했다. 그는 올 1월 비밀리에 적도 기니 당국에 신병이 인도됐다.
만 등 용병들의 쿠데타 계획은 닉 투티가 이끄는 선발대 15명이 적도 기니에 미리 잡입했다가 검거되면서 무산됐다. 그는 짐바브웨 하라레 공항에 61명의 용병과 함께 착륙한 뒤 체포됐다.
적도 기니 검찰은 대처가 사이먼 만 등과 함께 쿠데타 음모에 깊숙이 개입한 것을 확신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아프리카 3번째 산유국인 적도 기니의 석유 이권을 보다 많이 주겠다고 약속한 야당 지도자를 위해 쿠데타를 기도한 영국 기업인들에 대처가 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비난하고 있다.
대처는 작고한 아버지 데니스의 남작 작위를 물려받아 영국에선 '마크경'으로 불리고 있다.
인터폴의 수배령에 대해 스페인 남부 푸에르토 바누스의 리조트에 머물고 있는 대처는 데일리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문제의 사건에 관해선 이미 남아공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처벌을 받았다"며 "벌써 끝난 일이기 때문에 적도 기니 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한편 대처는 이베리아 반도 남단에 위치한 영국령 지브롤터에서 비밀리에 재혼한 것으로 선데이 텔레그래프가 30일 보도했다.
신문은 대처가 적도 기니에 의해 국제 체포영장이 발부된 가운데 지난 3년간 사귄 새러 러셀(42)과 웨딩마치를 울렸다고 전했다.
대처는 자신의 재혼 소식에 "어머니가 대단히 기뻐했다"고 말했다. 그는 첫번째 아내인 미국인 다이앤과 지난해 18년에 걸친 결혼생활을 청산했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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