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을 바꿔서 보여줄 게 있습니다." 현대로템 창원공장을 방문한 26일 저녁 10시. 다음날 현장방문 일정을 앞두고 숙소로 향하던 버스가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느닷없이 일행을 일정에 없던 공장으로 이끌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공장 부지를 5분여 달리자 대낮처럼 환하게 불빛이 켜진 생산라인이 나타났다.
버스에서 내려 공장으로 들어서자 미끈한 전동차 한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진노랑과 청록색이 조화를 이룬 세련된 색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로 아일랜드로 수출될 디젤 동차였다.
자정이 가까워오는데도 근로자들은 디젤 동차가 조금이라도 다칠 새라 조심스레 마지막 포장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장화경 현대로템 상무는 "자정부터 내일 새벽 4시까지 부두에서 선적돼 아일랜드로 수출될 디젤 동차다. 오늘 아니면 볼 수가 없을 것 같아 부득불 일정을 바꿔서 이리로 먼저 왔다"며 웃었다.
다음날 아침 다시 찾은 현대로템 창원공장은 세계 최고 품질의 전동차를 내 손으로 만든다는 자부심이 공장 곳곳에 가득했다. 공장 외관은 지난 밤 어둠 속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웅장하고 깔끔했다. 각 조립동 사이사이로 보이는 전동차 제작 모습만 아니라면, 조용한 대학의 캠퍼스를 연상시킬 만큼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총 대지면적 60만8,801㎡(19만546평) 규모인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는 2,600명의 직원이 연간 철도차량(전동차와 일반열차 등) 760대, 군용 전차 150대, 산업용기계 3만톤을 생산한다.
구체(構體ㆍ철도 차량의 몸체 제작)공장에 들어서니 서울 지하철 2호선용 전동차와 9호선용 전동차, 터키 수출용 TCDD전동차, KTXⅡ 고속철도 등의 차체 용접이 한창이었다. 허동한 현대로템 이사는 "최근 생산되는 전동차들은 레이저 용접을 이용, 표면에 거의 용접흔적을 남기지 않는 등 신기술을 통해 최상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며 "특히 한국형 KTXⅡ는 차체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중량을 줄이는 등 최신 기술의 집약체"라고 소개했다.
의장(意匠)공장에서는 브라질 살바도르 전동차의 내ㆍ외관 미장작업과 함께 엔진 및 모터 등 각종 핵심 부품의 조립이 한창이었다. 특히 각 발주업체에 따라 서울 지하철 2호선, 9호선, 브라질 살바도르 전동차 등 라인별로 나눠 한 라인에서 한 제품에 대해 지속적으로 작업이 가능토록 구성된 게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전동차 시험주행장에 들러 인천 지하철 1호선에 투입될 전동차와 캐나다 수출용 무인전동차에 올랐다. 시험주행장은 납품 직전의 전동차를 실제 상황과 똑 같은 조건에서 운행해보는 최종 점검 코스로, 구내에 1.4㎞, 주변에 총 4.5㎞의 선로가 마련돼 있었다.
이용훈 현대로템 사장은 "기술력에 자부심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현대로템을 조용하지만 강한 기업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라며 "국내 시장에 자만하지 않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기술 향상과 해외 시장 개척에 '올인' 하겠다"고 강조했다.
창원=유인호 기자 yih@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