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ㆍ숭례문 방화 등 사회 불만세력에 의한 공공시설 테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추가 테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꼽고 있는 세종문화회관과 LG아트센터의 ‘대(對) 테러 대응능력’이 낙제수준에 머문 것으로 평가됐다.
30일 경찰청이 내놓은 ‘다중이용시설 테러예방 설계기준’ 보고서에 따르면 세종문화회관과 LG아트센터는 많은 대중이 이용하고, 차량이 많이 몰리는 대로변에 위치해 테러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은 데도 ‘테러 대응지수’는 100점 만점에 20점대에 머물렀다.
경찰청은 두 공연장의 테러 대응능력을 ▦주변지역의 특성 ▦차량접근 통제성 ▦건물 내부 차량 움직임 통제성 ▦주차시설 통제 등 31개 항목으로 나눠 평가했는데, 본보가 이들 항목에 대한 평가를 100점 만점 지수로 환산한 결과 세종문화회관의 점수는 29.7점, LG아트센터는 그보다 6점 가량 낮은 23.65점에 머물렀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한복판에 있는 세종문화회관은 31개 평가항목 가운데 9개 항목에서 최하위(위험) 점수를 받은 반면, ‘양호’ 판정을 받은 항목은 4개에 그쳤고 최상위 점수인 ‘안전’ 판정을 받은 항목은 전무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LG아트센터는 12개 항목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았고 ‘보통’과 ‘불안’으로 평가된 항목은 각각 9개와 12개였다. ‘안전’과 ‘양호’ 판정을 받은 항목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세부 항목별로는 세종문화회관의 경우, 일대가 테러의 최우선 목표인 ‘행정 업무 시설’로 둘러싸여 환경조건 분야에서 테러 위험이 높은 상황이며, LG아트센터도 38층 높이의 GS타워와 밀접해 있는데다 금융ㆍ정보통신 관련 산업이 몰려 있어 테러 목표로 이용될 여지가 큰 것으로 지적됐다.
또 두 공연장 모두 차량 감시나 통제가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인데다가, 주차장도 건물 지하에 위치해 이 곳에서 폭발이 일어날 경우 건물이 붕괴되는 위험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건물 외벽 재료도 유리를 사용해 파편에 의한 2차 피해가 큰 것으로 지적됐다.
경찰청 용역으로 보고서를 작성한 고려대 이경훈(건축학과) 교수는 “테러 범은 가능한 많은 인명 피해를 내려고 하기 때문에 두 시설은 테러의 대상이 되기 쉽고, 테러가 발생할 경우 인명 피해가 규모가 커 파장이 엄청날 것”이라며 “다중이용 시설물에 대한 테러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강화된 설계 기준 및 기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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