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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인 없어서 기부금 123억원 날린 연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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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인 없어서 기부금 123억원 날린 연세대

입력
2008.03.3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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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필서명만 있고 날인이 빠진 ‘123억원 기부’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받기 위해 연세대가 5년 가까이 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송사를 벌였지만 패해 끝내 이 돈을 날리게 됐다.

사회복지사업가인 독신 남성 김모씨는 2003년 11월 직계 존ㆍ비속 없이 숨졌다. 은행 예금만 123억원인 김씨의 은행 대여금고에서는 “내가 사망할 경우 내 모든 재산은 연세대에 사회사업 발전기금으로 기부한다”는 유언장이 발견됐다. 유언장 내용과 작성 날짜, 주소, 성명이 모두 김씨 자필로 작성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유언장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자필로 자신의 이름을 쓴 뒤에 도장을 찍지는 않았다. 김씨의 형제와 조카 7명은 이를 근거로 “날인이 빠졌기에 유언장의 법적 효력이 없다”며 즉시 은행을 상대로 예금 반환청구소송을 냈고, 연세대는 “자필 증서에 의한 유언장은 진의가 확인 되는 만큼 유언으로써 효력이 있다”며 또 다른 소송을 냈다.

법원의 판결은 김씨 유족 편이었다. 1ㆍ2심 재판부는 “날인이 누락됐다면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고, 대법원도 2006년 9월 원심을 받아들여 예금 123억원은 김씨 형제들에게 상속되어야 한다고 최종 판단했다.

하지만 연세대는 이에 불복하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연세대측은 “자필로 서명까지 한 유언장에 날인까지 돼 있어야 효력을 인정하는 민법 1066조는 유언자의 자유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이동흡 재판관)는 최근 이 사건을 기각, 최종적으로 김씨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30일 “자필서명만 있는 유언은 위ㆍ변조 위험이 크고 인장은 동양문화에서 문서의 완결을 담보하는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며 “자필서명 만으로는 당사자의 진의 확인이 어려운 만큼 자필서명과 날인 두 가지 모두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한 중복이 아니다”고 밝혔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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