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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안전띠 풀어헤친 규제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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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안전띠 풀어헤친 규제완화

입력
2008.03.3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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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기본규율조차 ‘규제’로 몰아붙이는 대통령의 지시에 공정거래위원회가 흔들리고 있다.

28일 공정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의 상호출자를 더 적극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일단 풀어놓고 모순이 생기면 대처하면 된다”는 논리를 폈다. “대기업 규제는 포퓰리즘적 측면도 있다”며 여론에 신경 쓰지 말라고 까지 했다.

대통령이 규제로 몰아붙이고 있는 상호출자 금지제란 무엇인가. 상호출자는 태생적으로 ‘성장을 위한 투자’와는 거리가 멀다. A사→B사→A사로 이어지는 상호출자는 날을 세워놓고 들여다 보자면 크게 두가지의 필요성 때문에 이루어진다. 기업가가 알맹이 없는 유령회사를 만들 때, 그리고 재벌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지배력을 확장 시키려고 할 때다. 하나같이 시장경제와 주주자본주의를 훼손시킬 가능성을 안고있다. 이 때문에 상호출자 금지는 선진국들도 엄격히 지키고 있는 시장의 기본 룰(rule)이다.

대통령의 지시에, 공정위 일각에서는 난감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일단 자산 5조원 미만 대기업 계열사들의 상호출자와 채무보증을 허용하기로 발표했는데, 고위 당국자조차 완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곤혹스러워했다. 그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 상호출자, 순환출자, 채무보증으로 얽혀 있는 재벌은 한번의 충격으로 전체가 몰락할 수 있는 구조를 갖게 된다. 10년 전 외환위기와 줄도산이 그 폐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모순이 발견되면 대처하라”는 대통령의 말처럼 대처가 그렇게 쉬운 것이라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도 필요 없었다. 대통령은, 그리고 정부는 보다 정직하게 이 문제를 다뤘으면 좋겠다. “대기업 총수들의 경영권 행사를 좀더 편하게, 경영권 확보에 자기돈 부담을 줄여주련다”고 명확하게 완화이유를 밝혀야 한다. 상호출자나, 채무보증 허용을 ‘규제완화’ ‘경제살리기’로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진희 경제부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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