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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지도부, 지역감정 자극 작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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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지도부, 지역감정 자극 작정했나

입력
2008.03.3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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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9 총선에서 구태 정치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강원 정선의 돈 선거 파문으로 금권선거에 대한 우려가 일더니 각 당 지도부가 지방유세에서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해묵은 지역감정 논란에 불을 지폈다. 강 대표는 28일 대구 서문시장 유세에서 “TK(대구·경북)는 YS(김영삼) 정권부터 따지면 10년이 아니라 15년간 엄청난 핍박을 받고 손해를 봤다”면서 “한나라당을 뽑으면 그 동안 피해본 것을 다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해도 좋으니까 왕창 밀어 달라”는 말도 했다. 강 대표는 27일 대전 유세에서도 “충청이 확실하게 지지해주면 과거 DJP(김대중ㆍ김종필) 연합 당시처럼 ‘곁불’을 쬐는 게 아니라 이 나라의 중심, 주축세력이 될 것”이라며 지역 정서를 자극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통합민주당은 “한나라당에는 망국적인 지역주의를 제어할 브레이크가 없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손학규 대표는 30일 “한나라당은 ‘TK 지주(地主)론’을 얘기하면서 지역정부를 외치고 있다”며 “이명박 정권의 정부여당이 벌써 독재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금실 선대위원장은 “TK 이외의 지역 국민들은 손님이냐”며 “강 대표의 발언은 몰상식하고 시대착오적”이라고 가세했다. 자유선진당도 논평을 내고 “강 대표가 마침내 숨겼던 발톱을 드러냈다”며 날을 세웠다.

하지만 야당도 득표를 위해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28일 목포에서 “민주당의 상징인 목포에서 무소속 후보의 당선은 있을 수 없다.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모아달라”고 목청을 높였고,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30일 자신의 지역구인 충남 예산ㆍ홍성에서 “자유선진당은 여러분의 정당이고 충남의 자존심이고 명예다

. 충청을 기반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열어가는 주도세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특히 강 대표의 ‘곁불론’을 겨냥,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찍으면 충청은 국가 권력의 ‘곁불’을 쬐는 것”이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선거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역감정 조장 발언이 투표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투표율은 낮고, 마땅히 내세울 정책도 없는 상황에서 정당지지율을 높이는데 이만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것은 정당이 지지기반을 상대로 표를 결집시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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