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7일 개성공단 내 우리측 정부직원 추방에서 시작해 서해상 단거리 미사일발사, 핵시설 불능화 중단 위협 등 대남ㆍ대미 공세에 나서 향후 한반도 정세가 혼미해지고 있다.
내달로 예정된 남북간, 한미간, 북미간 현안의 협의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또 북한의 추가 도발여부와 한미 양국의 대응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위기로 치달을지, 아니면 관리가능한 수준에 머물 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현 시점에서는 일단 상황악화가 우려된다. 무엇보다 응수타진을 받은 우리 정부나 미국이 북측의 도발을 무시하면서 상호주의 등 기조를 고수하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정부소식통은 “북측이 반발한다고 해서 새 정부가 대북정책의 원칙이나 기조를 바꿀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이라면 남북 대화나 북미접촉이 단절되고 이어 북한이 우리 정부나 미국을 움직이기 위해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측은 한미 당국과 여론을 자극할 수 있는 여러 수단들을 갖고 있다.
수위 조절과 강도의 문제일 따름이다. 당장 북측은 김태영 합참의장의 ‘핵무기 기지 타격’발언을 문제삼아 “남측이 취소ㆍ사과하지 않으면 남측 당국자들의 군사분계선 통과를 전면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개성공단 등 남북간 정부차원의 실무접촉 중단을 의미하는 걸로 볼 수 있다.
북측은 우선 우리측의 약한 고리인 이산가족 상봉문제를 압박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진행중인 금강산 이산가족 상시면회소의 건설을 중단, 오는 8월 준공식에서 있을 예정인 특별상봉을 무산시킬 수 있다.
군사적으로는 서해 또는 동해상에서의 미사일 추가발사나 4~6월 꽃게잡이철에 서해 북방한계선 침범 등 무력시위에 나서는 것도 전형적인 위기조성 수법이다.
북한의 극단적인 조치도 배제할 수 없다. 서해상에서의 남북간 군사적 충돌이나 지난 29일 외무성 담화를 통해 경고한 대로 불능화를 중단하는 것이다. 현재 영변 핵 시설에서 작업중인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 실무팀을 추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미는 북측이 핵 포기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 에너지ㆍ설비 지원중단 및 유엔 결의 1718호에 따른 대북제재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한미와 북한이 이처럼 대결구도로 나가면 한반도 정세는 위기로 치달을 전망이다. 나아가 2006년 핵 실험에서도 버텨냈던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 관광이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상황타개를 위한 남북간 북미간 상호노력이 조기에 진행된다면 적절한 조정을 거쳐 위기관리가 가능한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최근 북측의 도발을 남북현안을 풀자는 대화의 역설적 제스처로 해석하기도 한다.
바로 쌀ㆍ비료 지원 때문이다. 북측은 정부 차원이든, 민간 차원이든 이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지만 춘궁기 식량과 비료문제는 급한 현안이다.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늦어도 6월까지 쌀 등 작물에 비료를 주기 위해서는 4월 하순까지는 비료 협의를 끝내야 한다. 적십자회담이든, 당국자 회담이든 대화채널을 가동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에 대한 공식적인 신고거부를 한 북한과 분리신고 등 여러 방안을 제안한 미국이 절충점을 찾는다면 한반도 정세는 일순 긴장완화 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측의 추가행동으로 남북이나 북미간의 입장 간격이 더 벌어질 경우 상황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밖에 없는 만큼 정부가 관망보다는 적극적인 위기관리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진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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