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국면이 본격 달아오르면서 여야의 엄살 부리기도 본격화하고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당직자들은 “상황이 좋지 않다” “이러다 큰 일 난다”는 얘기를 입에 달고 다닌다. 위기감을 조성해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이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려는 전략이다. 약세 후보가 동정을 받아 지지도가 상승하는 ‘언더독(under dog)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통합민주당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읍소 모드’로 전환했다. “이렇게 가다가는 이 정부의 독선, 독주를 막고 올바른 정치를 이끌어가려는 견제정당으로서의 민주당 입지가 위축될 것이다.”(손학규 대표) “상황이 어렵다. 견제세력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지난주보다 줄어드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박선숙 총선기획단 부단장)는 등 하소연이 줄을 잇는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당직자들은 입을 맞춘 듯 “현재 150개를 겨우 넘기고 있다. 위험하다”고 말한다. 공성진 서울 선대위원장은 30일 “후보자들이 공중지원을 받지 못하고 소총만 들고 싸우는 형국”이라며 “서울도 잘해봐야 48석 중 26석”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양측의 진단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우선 한나라당의 경우 지난해 대선과 비교하면 지지자들의 충성도가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200석 얘기까지 나왔던 1월초와 비교하면 분명 상황은 좋지 않다. 하지만 “과반이 힘들다”는 얘기는 엄살이라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여의도연구소가 지난 주말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확보 가능한 의석수가 비례 대표를 포함해 160석을 훌쩍 넘어섰다는 설이 파다하다. 하지만 지도부는 “무조건 과반이 위험하다는 얘기만 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고 한다.
민주당의‘엄살’도 양면성이 있다. 냉랭하던 민심도 많이 풀어졌고, 수도권 후보들의 여론조사 성적표도 그리 나쁘지 않다. 불과 몇 달 전과 비교하면 한번 해 볼만한 상황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민주당의 읍소가 엄살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치고 오르지 못하는 게 문제다. 박선숙 부단장은 “정당지지도가 이 상태로 정체하면 개인경쟁력이 있는 후보라도 정당지지도가 2배 넘는 한나라당 후보와 경쟁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가 앞선 지역이라 해도 실제 투표의향 등을 반영하면 뒤집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민주당의 고민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나라당 지지세가 높은 50, 60대 투표율이 30, 40대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이 부담”이라고 말했다.
진실과 작전이 뒤섞인 여야의 읍소. 유권자들이 어느 쪽에 더 귀를 기울일 것인가. 이는 총선 성적표의 숫자를 바꿔놓을 수 있는 변수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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