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우리나라에서 만든 최초의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한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공군이 발주한 초기 계약분 25기 중 마지막 제품으로, 2005년 1호기로 시작된 T-50의 초도양산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28일, 방위사업청은 칠레에서 열리는 ‘국제방산전시회’에 대표단을 파견했다. T-50 수출을 추진 중인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중남미에도 수출길을 뚫기 위한 것이다. 현재 생산 중인 세계 유일의 초음속 훈련기이자 ‘단군 이래 최대의 수출상품’기대를 모으고 있는 T-50. ‘훈련기’라는 명칭 아래 감춰진 ‘위대한 진실’을 알아본다.
이름과 생김새
‘T’가 훈련기(Train)를 나타낸다는 것은 쉽게 짐작이 가능하다. 그럼 ‘50’은 뭘까. T-50이라는 이름은 2000년 2월 정해졌다. 마침 몇 개월 전이던 1999년 10월 ‘공군 창군 50주년’이라는 뜻 깊은 행사를 치렀는데, 숫자 50은 여기서 착안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다음은 생김새. 개발 당시부터 F-16과 닮았다는 얘기가 많았다. 실제 속도와 크기 등에서 약간 차이가 나지만 ‘동생’으로 불러도 좋을 만큼 비슷하다. 우연은 아니다. ‘Made In Korea’가 분명하지만 1부터 100까지 한국인의 손으로 만들 수는 없는 일. 미국 록히드 마틴 사의 기술 지원이 이루어졌다. 91년 차기 전투기 사업인 KFP 사업 대상 기종으로 F-16을 선정하면서 우리나라는 조건으로 제작사인 제너럴 다이나믹스(이후 록히드 마틴에 합병)로부터 훈련기 개발 기술이전을 약속받았고, 이것이 T-50 개발의 단초가 됐다. 우리 공군이 보유한 F-16과 닮은 점이 훈련기로서는 오히려 장점이다. T-50의 상품성을 높이 평가한 록히드 마틴은 KAI와 공동으로 수출을 위한 공동 판매 회사도 차렸다.
T-50의 진화
T-50은 고등훈련기다. 훈련기 중 최상급으로 실제 전투기 비행 직전의 조종사들이 조종술을 익히게 된다. T-50에 레이더와 기총(20㎜)을 달아 공중전 기술을 배우도록 한 것이 TA-50, 즉 전술입문기다. 여기에 공대공ㆍ공대지 미사일, 이라크전에서 유명세를 탄 JDAM(합동직격탄) 등 유도폭탄을 장착하면 공격기(경공격기 FA-50)로 변신한다. TA-50과 FA-50은 모두 시제품으로 성능 시험을 거쳤고, 이 중 TA-50은 공군에 납품하기 위해 양산 중이다. KAI 관계자는 “FA-50은 F-16 부럽지 않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숫자로 보는 T-50
89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공군의 노후 훈련기 교체 수요에 대해 직도입 대신 자체 개발을 하자고 제안하면서 T-50의 등장이 예고됐다. 여러 번의 위기를 겪었지만 97년 체계 개발에 착수해 2005년 8월 양산 1호기를 성공적으로 출고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12번째 초음속 항공기 개발국이 됐다. 개발비는 총 2조800억원. 1대에 들어가는 부품은 자동차의 10배가 넘는 23만 여 개에 이른다. 1대에 들어가는 전기선을 일렬로 세우면 15㎞, 제작 기간은 22개월이다. 가격은 기본 기체만 약 2,500만달러(약 250억원)에 달한다.
첨단 국산 기술 적용
핵심 부품 국산화율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T-50 기체 곳곳에는 뛰어난 국산 기술이 숨어 있다. 수평꼬리날개를 만드는 데 쓰인 천(탄소섬유 복합소재)은 순수 국산 기술이고, 조종석에 들어가는 전방시현장치 역시 우리의 뛰어난 디스플레이 기술의 산물이다. 조종사의 눈 앞에 위치한 투명한 패널에 고도, 방향, 속도 등 각종 비행정보가 떠오르는 장치로, 대통령 연설 등에 쓰이는 ‘프롬프트’를 떠올리면 된다. 세계적 수준인 타이어(금호)가 T-50의 무거운 하중을 받치고, 정보기술(IT) 강국의 위용을 자랑하듯 훈련기 최초의 3중 채널 전자식 비행제어 시스템 등 각종 항공전자장비가 채택됐다.
수출 임박
내수가 제한적인 항공기 특성상 T-50은 개발 단계부터 수출을 염두에 뒀다. 미국 시장전문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계 고등훈련기 시장은 2005~2030년 3,300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KAI는 이 중 약 3분의 1 가량인 1,000대(250억~300억달러) 판매가 T-50 몫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단일 품목으로 사상 유례 없는 수출액을 기록하게 된다. 정부와 KAI는 이를 위해 전방위에서 뛰고 있다. 현재 구매 입찰이 진행 중인 곳은 UAE와 싱가포르로 수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첫 수출이 성사되면 유럽연합(EU)이나 미국 등 거대 시장 진출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진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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