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정진 외 7명 지음/ 그린비 발행ㆍ536쪽ㆍ3만5,000원
1874년 중국 상하이(上海) 거리에 처음으로 인력거 300대가 등장했다. 그로부터 5년 전 일본에서 개발된 인력거가 ‘돈이 된다’고 본 프랑스 상인 메나르가 들여온 것이다. 귀족적인 마차를 탈 돈이 없었던 일반인이 감당할 수 있는 요금을 매긴 인력거는 곧 상해의 도심 교통을 장악했고, 잇달아 인력거 회사가 생겨났다.
인력거꾼의 상당수는 연이은 흉년과 변란으로 난민이 돼 도시로 유입된 인근 지역 농민 출신들이었으나 그 중에는 몰락한 사대부도 끼어있었다. 이들은 개항도시로 부를 쌓아가고 있던 상하이의 최하층 계급을 구성하며 변두리 판잣집에서 생계를 꾸려나갔다.
<중국 근대의 풍경> 은 이렇게 아편전쟁 이후 근대 중국의 변화상을 아주 세밀한 필치로 묘사한다. 국내 중국 연구가들이 1884년부터 15년간 상하이에서 총 528호가 발행된 근대 최초의 그림신문 ‘점석재화보(點石齋畵報)’에 담긴 400여점의 화보와 사진을 통해 당대의 사회상을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살펴본다. 중국>
상하이의 영국과 프랑스인 주거지였던 ‘조계(租界)’는 외국인들이 서구 문물을 수입해오는 곳이었고 이 문물은 중국인들의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바꾸어갔다. 잘 구획된 도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공원과 경마장, 경극ㆍ서커스 공연장 등 다채로운 도시문화가 형성됐다. 유교의 가부장질서가 붕괴되는 모습, 철도 마차 카메라 망원경 등 새로운 문물의 등장, 산술과 실업교육의 실시 등 많은 부분이 조선의 근대화 모습과 중첩된다.
정치 역사 경제 등 거시적인 담론이 아니라 중국인의 삶을 미시적으로 살펴보고, 당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까지 분석했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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