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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단맛, 매운맛 전성시대를 끌어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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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단맛, 매운맛 전성시대를 끌어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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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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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럽 넣어 드릴까요?”

답은 때에 따라 달랐다.

#1 다른 사람, 특히 작업 중인 이성과 함께 있을 때. “아아~뇨.”(‘날 어떻게 알고 그러느냐’는 눈빛과 함께)

#2 혼자, 혹 직장 동료와 마시는 ‘해장 커피’일 경우. “드음~뿍요.”(잔뜩 느꺼운 목소리로)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시키면서 참 많은 눈치를 봐야 했다. 단맛을 좋아한다는 것은 ‘즈질스럽고’ ‘댄디하지 못한’ 싸구려 취향이었다. 혓바닥을 알싸하게 감싸는 달콤한 유혹은 곧 죄의식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혓바닥을 미워해야 했다.

그러나 세상은 돌고 도는 것. 대놓고 단 것을 좋아해도 괜찮은 시대가 왔다. 이제는 무게 잡느라 쓰디쓴 커피를 마시며 어금니에 힘주는 치들이 ‘찌질이’다. 카페에 들어선 선홍색 낯빛의 선남선녀들, 당당히 프라푸치노를 주문한다. “라즈베리 크림 듬뿍 올려서요!”

바야흐로 단맛의 복권이다.

● 매운맛과 단맛의 바통 터치

꽤 오랜 시간 동안 한국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매운 맛이었다. 맵다 못해 미각을 마비시키는 전위적 자극에 사람들은 혓바닥을 내맡기고 기꺼이 땀과 눈물을 쏟았다. 이런 식도락에 한국인은 ‘풍류’와 ‘민족적 아이덴티티’라는 수식어를 갖다 붙였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든 메뉴판엔 ‘불’자가 붙은 아이템이 섞여 있었다.

그러나 이젠 단맛이다. 불닭과 매운짬뽕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것과 동시에 사람들은 달콤함에 중독돼 가고 있다. 길거리에서는 이미 단맛이 매운맛을 밀어냈다. 비니캡을 눌러 쓴 젊은이들의 손에 들린 것은 와플과 아이스크림. 매운 닭꼬치나 시뻘건 국물에서 건져낸 어묵을 입에 문 모습은 미련하다 못해 안쓰러워 보인다.

홍대 앞에서 사람들이 늘어선 가장 긴 줄은, 600원짜리 와플을 파는 노점과 이어진다. 이곳만의 풍경이다. 갓 구워 아직 말랑말랑한 둥근 빵에 버터크림을 슥슥 바르고, 사과잼을 살짝 얹어 반으로 척 접는다. 지켜보는 젊은이들의 눈에 조청 같은 윤기가 돈다. 마침내 마분지로 집어 입으로 가져가는 달콤한 카타르시스! 군침을 삼키며 10~20분 기다리는 것은 이 젊은이들에게 차라리 축복이다.

2호선 건대입구역 먹자골목. 이곳에서는 단맛이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먹거리가 색색의 설탕물을 뒤집어 쓰고 있다. 혓바닥을 녹여버릴 듯한 강렬한 빛깔의 시럽이 감싼 것은 따끈따끈한 타코야키(일본식 문어구이). 엊그제까지 벌건 고추장 소스를 입고 있던 놈이다.

명동 거리에서는 정신 안 차리다가는 위태롭게 걷는 젊은이들과 툭툭 부딪히기 십상이다. 이들이 휘청대는 이유는 30cm는 족히 될 아이스크림을 쏟지 않으려고 어깆어깆 걷기 때문이다.

레스토랑에서도 단맛의 바람이 거세다. ‘핫’한 메뉴들이 휩쓸던 피자가게에는 최근 치즈와 샤워크림, 퐁듀의 맛을 강조한 달짝지근한 피자를 주문하는 전화가 잦아졌다. 중국음식점에서도 매운 쓰촨요리가 지고, 달콤한 광둥요리가 뜨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

게다가 지난해 다크 초콜릿의 인기에 힘입어, 대부분의 편의점에는 초콜릿 판매대를 따로 만들었다. 케익 맛으로 손님을 유혹하는 커피 전문점도 부쩍 늘었다.

● 너희가 단맛을 아느냐

단맛은 가장 원초적인 맛이다. 맵고 쓰고 신 것은 싫어해도, 인간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포유류는 단맛에 거부감이 없다. 아직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독이 든 음식이 대체로 쓰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대부분 당질을 품고 있는 데서 비롯된 미각적 경험 때문인 것으로 추측한다. 실제 갓난아기를 상대로 한 실험에서도 유독 단맛에 강한 양성반응을 나타낸다.

어찌됐든, 한 번 길들여지면 좀체 바뀌기 힘든 것이 사람의 입맛. 그런데 사람들이 점점 단맛에 빠져드는 까닭은 무엇일까.

단맛은 본질적 특성상 주식이 되기 힘들다. 단맛을 띤 음식은 대개 후식이거나, 카페에서 누구를 기다리며 먹는 음식이거나, 거리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군것질거리다. 말하자면 경제적 여유와 생활의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맛이다.

한 나라의 소득수준과 카카오의 소비량이 비례한다는 통계도 있다. ‘잉여의 맛’, 이것이 단맛이 가진 본질이고 매력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허겁지겁 떠넣는 매운 찌개가 산업화의 속도를 상징한다면, 카페에 앉아 티스푼으로 떠 먹는 초콜릿무스는 산업화의 결실을 보여준다.

세상의 모든 것을 ‘아이템화’하는 블로그문화도 단맛의 열풍에 일조했다. 웹 2.0세대에게 음식은 더 이상 단순히 목구멍으로 넘기는 물체가 아니다. 찍고, 꾸미고, 포스팅하는 아이템 중에 음식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젊은이들의 블로그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맛난 음식의 모습. 그런데 예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음식은 대부분 단맛을 가진 것들이다. 벌겋게 끓어오르는 김치찌개와 바닐라크림을 뒤집어 쓴 케이크. 블로거들의 선택이 후자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유상호기자 강명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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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디 쓴 술에 단맛 숨겨있죠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에는 얼마나 많은 당(糖)이 들어가 있을까.

사실 설탕으로 대표되는 단 음식은 우리 민족이 매운 음식만큼이나 즐겨 찾던 것이다. 명절마다 엿을 고고 식혜를 만들던 기억을 떠올려봐도 그렇다. 비록 미국이나 유럽의 평균 섭취량에는 못 미치지만, ‘달달한’느낌의 음식을 즐겨 먹는 일본인보다 설탕 섭취량이 높을 정도로 한국인은 단맛에 익숙하다.

당 1g을 먹으면 보통 4㎉의 열량을 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설탕을 통한 열량 섭취량을 전체 섭취열량의 10% 이내로 조절하라고 권고한다. 이를 환산하면 당 섭취 권장량은 성인 기준으로 하루 50g 정도가 된다.이를 맞추려면 최소한 자주 먹는 주변 음식의 ‘당 수준’은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시중에서 판매하는 콜라 한 캔에는 당이 29g 들어 있다. 하루에 콜라 두 캔을 마시면 이미 권장 당 섭취량을 넘어간다. 사이다도 단 정도에 있어 콜라와 비슷하다. 한 캔에 21g이 들어있다. 콜라보다 더 단 음식으로 느껴지는 대표적인 간식 초코파이는 34g짜리 한 개에 13g의 당이 들어있다. 초콜릿은 어떨까. L사의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 초콜릿 25g짜리에는 13g의 당이 포함되어 있다.

과일을 보면 바나나에서 설탕이 차지하는 비중은 16.2%, 포도는 16.1%, 배는 11.2%가 된다. 그리고 단맛이 적은 토마토의 설탕 함유 비율은 고작 2.7%이다.

쓰디 쓴 술에도 설탕은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김치, 젓갈 등과 마찬가지로 술은 발효식품이다. 발효를 위한 효모가 당을 먹어야만 알코올이 나온다. 그래서 알코올이 주성분인 술에는 단맛이 숨겨져 있다.

이렇듯 음식에 들어있는 당의 양은 계측이 가능하지만 꼭 당이 많이 들었다고 맛이 더 달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에 당도를 정확히 알려면 계측이 필요하다. 아쉽게 지금까지 당도를 측정해주는 기계는 없다. 오직 혀로만 잰다. 설탕 100g을 녹인 물과, 비교하려는 물질을 녹인 물을 혀로 느껴 그 차이를 수치화할 뿐이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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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발적 단맛 마카롱 - 우아한 단맛 와플 '두 유혹'

“파리의 150년 전통 마카롱 전문점 라뒤레의 맛 그대로인걸.”

초코파이와 달고나에 길들여진 입맛이 다소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억울한 순간이다. 해외여행, 어학연수 등으로 서양의 문화 코드를 접한 20~30대 단맛 애호가들은 어느덧 유럽식 디저트의 품격을 평가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물론 유럽식이라고 무조건 “OK”는 아니다. 재료의 배합과 신선도는 물론 ‘식감’(입 안에서 느끼는 촉감)까지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이 단맛 애호가들의 자존심. 이들이 단맛 뿐 아니라 ‘손맛’으로도 유명한 프랑스 마카롱과 벨기에 와플 맛집을 소개한다.

● 마카롱 - 압구정동 ‘데쎄르’

직장인 김지영(28)씨는 대학시절 해외여행 중 맛본 마카롱의 진한 향을 잊지 못한다. 16세기 프랑스 귀족들이 즐겨 먹던 고급 과자인 마카롱, 지름 5~6cm 크기에 불과하지만 원재료의 향이 강해 ‘도발적인’ 단맛을 낸다. 김씨의 개성 강한 입맛에 합격점을 받은 곳은 압구정동 ‘데쎄르’. 김씨는 “밀가루가 아닌 아몬드 가루를 배합하고, 산딸기 레몬 등 원재료를 그대로 갈아서 만들기 때문에 1~2개만 먹어도 포만감이 최고”라고 권한다.

이곳 마카롱은 소량 생산을 원칙으로 한다. 자극적인 맛과 달리 별다른 장식이나 첨가색도 없는 평범한 모양이지만 만들기가 까다롭기 때문에 파티쉐들에겐 애물단지로 통한다. 파티쉐 곽세진(26)씨는 “마카롱은 온도나 습도에 따라 쉽게 무너져 내리거나 부서진다”며 “샌드 중간에 거품처럼 일어나는 부분도 촘촘하고 자연스럽게 부풀어 올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마카롱 마니아들은 바삭바삭 부서지는 첫 느낌, 식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질이 떨어지는 제품은 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주목할 만한 메뉴는 ‘파마산 마카롱’. 파마산 치즈 맛이 듬뿍 밴 마카롱이 신맛과 짠맛을 자극하면서 담백하고 고소하게 묻어난다. 딸기, 산딸기, 레몬, 녹차 등 익숙한 원재료 맛도 인기다. 인터넷 사이트 쿠킹 가이드(www.rimi.kr)를 운영하는 조정린(27)씨는 “마카롱은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이지만 쿠키의 맛과 공정 과정을 알면 그 돈이 절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가격은 개당 2,000~3000원.

● 와플 - 신사동 ‘미얌미얌’

육아 휴직 중인 김경정(33)씨는 요즘 와플의 ‘우아한’ 단맛에 푹 빠졌다. “나이 들면서 향이 강하고 자극적인 맛보다 부드럽고 순한 단맛을 찾게 된다”는 그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은 건 이태리식 수제 아이스크림 젤라또를 곁들인 신사동 ‘미얌미얌’. 김씨는 “대부분의 와플 전문점이 미국의 유명 아이스크림업체 제품을 사용하는 반면 이곳에선 매일 아침 직접 만든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고 추천한다.

이곳 와플의 특징은 부드럽고 우아한 맛을 내는 젤라또에 있다. 와플에 곁들여 나오는 젤라또는 미국식 아이스크림에 비해 유지방 함량이 훨씬 낮고, 수분과 공기함유량도 적다. 얼음이 없어 상온에서 쉽게 녹지만 그만큼 입에 부담이 적고 촉감이 부드럽다.

주목할 만한 메뉴는 ‘카푸치노 와플’. 진한 커피 향이 밴 폭신한 모카 와플 위에 메이플 시럽을 듬뿍 발라 티라미스 아이스크림과 생크림을 얹으면 단맛보다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혀를 감돈다. 또 블루베리, 라즈베리 등을 이용한 베리 와플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인기 품목이다.

프랑스 고급 전원주택을 옮겨놓은 듯한 우아한 인테리어도 눈길을 끈다. 3층짜리 단독주택을 개조한 건물 내외부는 빨간 지붕을 제외하면 온통 연두빛이다. 고급 앤틱 가구에 테이블마다 프랑스 명사들의 이름이 적혀 있고,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 액자도 빼곡하다. 유진영(37) 외식사업부 총괄팀장은 “단맛 뿐만이 아니라 프랑스인들의 낭만과 여유도 함께 누리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가격은 8,000~14,000원.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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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울한 단맛?… '건강의 적' 맹신 과연 맞을까

“충치 생긴다” “당뇨병에 걸릴 수 있다” “비만의 지름길이다”

단 음식에 대한 ‘적의’가 담긴 말들이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실에서 단맛은 곧잘 해로움으로 인식된다. 혀를 황홀하게 하면서도 건강 악화의 원흉으로 지목받는 당류. 과연 적게 먹을수록 건강은 좋아지는 걸까. 다음은 당류와 건강을 둘러싼 몇 가지 진실과 오해들이다.

먼저 단 음식과 충치의 상관관계. 단 음식을 먹으면 충치가 생긴다는 말은 정답에 가깝다. 미국의 식사지침위원회(DGACㆍDietary Guidelines Advisory Committee)는 당류와 충치 발생은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충치 발생을 당류만의 ‘단독범행’으로 속단하기는 힘들다는 게 DGAC의 설명이다. 유전적 요소와 치아의 위생관리, 음식 섭취의 빈도 등도 충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 예컨대 치아에 잘 달라붙는 인절미가 사탕보다 더 해로울 수 있다.

비만을 유발한다는 혐의에 있어 당류는 아직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미국의학협회는 2002년 여러 연구결과를 검토한 결과 “당류는 비만도와 명확하고 일관된 관련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국민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도 당류보다 탄수화물을 많이 먹을 때 비만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류의 당뇨병 유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당류를 많이 먹으면 덩달아 칼로리 섭취가 늘어나고 결국 체중 증가로 이어져 당뇨를 부를 수 있다는 연구결과와, 당류가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단 당류 섭취가 당뇨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당류 섭취량은 얼마나 될까. 국제설탕협회(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Sugars)의 2005년도 연감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설탕 소비량은 26㎏. 하루 71g으로 티스푼 14개 분량의 설탕을 먹는 셈이다. 일본(18.8㎏)보다는 섭취량이 많지만 미국(31.3㎏)과 유럽(36.5㎏), 캐나다(44.2㎏)에 비하면 적은 수치다.

특히 쌀 한 가마 수준의 소비량을 기록한 싱가포르(73.4㎏)의 30% 정도에 불과하다. 조사대상 150개 국가 중 84위.

설탕 소비량만 따지고 보면 다른 나라와 비교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정도의 당류 섭취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당류 섭취 대부분이 과일을 통해 이뤄지는 식생활형태도 바람직한 편이다. 그러나 한국영양학회의 하루 당류 권장량은 67g, 건강을 위해서 당류 섭취를 좀 자제할 필요는 있다.

라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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