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 엥겔하트 지음ㆍ강우성 등 옮김/ 창비 발행ㆍ364면ㆍ1만7,000원
“훗날 9ㆍ11 사태는 미 제국 붕괴의 시초로 간주될 것이다. 당시로서는 대중적 지지를 받았지만, 결국 미 제국의 약화와 붕괴의 시작으로 여겨질 것이다.” 미 보스턴대학 명예교수 하워드 진의 직언이다. ‘보스턴글로브’의 칼럼니스트인 제임스 캐럴의 분석은 한술 더 뜬다. “하나는 조야하고 미숙하며 이분법적인 아데올로기의 충동들이고, 또 하나는 60여년 동안 형성돼 온 미국 정부의 구조적 문제다.” 9ㆍ11 사태를 당한 조지 W. 부시가 보여준 대응을 두고 한 말이다.
미국의 진보적 블로그인 ‘탐디스패치’(www.tomdispatch.com)를 운영하는 탐 엥겔하트가 미국의 앞날을 가늠하기 위해 미국의 진보적 지성 12명과 벌였던 대담 내용이다. 오만으로 망가진 땅을 치유하려 열성적으로 논의하는 저항의 담론은 미국에도 양심과 이성이 엄존함을 보여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경제가 위기에 처했고 사회 양극화마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책은 제국의 실패와 전지구적 파괴에 대한 신랄한 보고서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책은 일견 모순 덩어리인 미국이 왜 괴물이 아닌 거인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하는지도 동시에 생각하게 한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전에서 보여준 실정을 막지 못한 민주당의 한계 때문에 민주당이 가진 자유주의적이고 진보적인 가치까지 매도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대담집의 형태를 띠는 책에는 석학들의 예리한 분석과 전망은 물론, 격동의 시기를 건넌 경험담까지 곁들여져 있다. 참여자들은 “당장의 가시적 성과는 없을지라도 풀뿌리 운동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힘”이라며 충고한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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