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측에서 장소는 마음대로 정하라고 제의했어요. 일본에서 음악 활동 7년 하면서 여행광이 됐다는 걸 잘 아니, 책 한번 쓰라며.” 가수 이상은(39)씨의 지난해 7월 열흘 동안의 베를린 여행은 그렇게 이뤄졌다. 최근 13집 rd Place>으로 새 음악에의 갈증이 여전함을 확인시켰던 그는 내친 김에 여행기 <삶은 여행> 까지 발표했다. 삶은>
1988년 제 9회 강변가요제에서 <담다디> 로,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단번에 전국을 휘어잡던 그는 없다. 대신 339쪽에는 틈틈이 써 간 기록과 카메라로 찍은 독일의 일상 풍경이 가득하다(북노마드). 담다디>
상업주의에 오염된 뉴욕이나 런던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현대 예술의 대안적 공간’을 거기서 보았다. “겸손한 도시죠. 그러나 철학과 예술로 무장한 곳이예요.” 88만원 세대라 자조하는 젊은이들의 상처는 없었다. 잃어버린 것들을 만났다.
“도시바 EMI사와 작업하면서 일본 곳곳을 돌아다녔고, 여행 즐거움을 그 때 알게 됐죠.” 마침 출판사측에서 여행과 관련된 책이라면 아무거나 써 달라는 제의가 들어 온 것. 출판사에서 경비도 제공했다. “당장 인터넷을 뒤져 싼 호텔을 찾았어요.”
애초 목표였던 제 58회 베를린 영화제 참석은 뒷전이었다. 이 시대 반상업적 예술의 메카로 떠오른 베를린에는 그가 보고 싶은 것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TV에서는 전위적 퍼포먼스가 방영되고 있었다. 포츠다머 플라츠가 준 감동이 각별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곳에 들어선, 이를 테면 분당이나 일산 정도의 예술적 이념으로 뭉친 첨단 도시가 들어섰다는 점으로도 주목 받고 있는 데예요.” 베를린에서 돌아 온 후, 그는 한국의 도시에 ‘문화’가 없는 까닭을 알았다. 빨리 ‘돈’이 되지 않으면 잊히고 마는 한국의 문화가 초라해 보인 이유다. “돌아와 보니, 서울이 생존만을 위한 ‘가건물의 도시’로 보이더군요.”
이 책을 계기로 그는 한국팬들과의 스킨쉽을 늘여갈 생각이다. 6월 단독 공연이 기다리고, 데뷔 20주년 기념 행사가 8월 6일에 벌어진다. “20년 전 강변가요제가 열렸던 바로 그 날이죠.” 자신의 음악을 들어보더니, “독일과 프랑스에 소개하겠다”던 독일의 교수와 음악 관계자들에게서 올 소식도 기다리고 있다.
그가 상업주의에 질식될 것만 같은 한국의 예술에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언더 그라운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학술적이고 창의적이며, 실험 정신으로 무장돼 있거든요.”
8월에는 또 다른 여행기가 나온다. 지난 4월 EBS TV의 ‘세계 테마 여행’ 측의 의뢰로 이뤄진 스페인 횡단의 기록이다.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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