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겨울 패션 경향을 미리 선보이는 ‘2008 춘계 서울패션위크’가 17~24일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진행됐다. 국내 최대의 패션 행사로 내로라하는 국내외의 중견ㆍ신인 디자이너 52명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예년에 비해 10여일 앞당겨 열린데다 남성복과 여성복이 나뉘어 진행되는 등 패션 선진국형 일정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장 피에르 모쇼 파리 프레타포르테협회장과 안나 오르시니 런던 패션협회 글로벌 사업본부장이 방한하는 등 패션산업 국제교류 차원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패션 경향 면에서는 남성복과 여성복의 모호한 경계, 소재의 자유로운 매치 등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 남성복ㆍ여성복 경계 사라져
카루소 디자이너 장광효의 쇼를 시작으로 17, 18일 진행된 남성복 컬렉션에는 대담한 스타일이 대거 등장했다. 지난 ‘2008 봄여름 서울컬렉션’에서 남성복 디자이너들이 하의 위주로 변화를 꾀했다면 이번 컬렉션에서는 재킷이 주목됐다.
칼라와 소매, 어깨 등 각각의 요소를 해체하고 재구성한, 기본은 놓치지 않되 다소 과장된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최범석의 의상에서 보듯 화려한 프린트도 이제는 여성복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반면 여성복에서는 어깨가 과장된 재킷이 등장하는 등 여성복과 남성복의 디테일이 완전히 섞이는 경향을 보였다.
■ 의도된 미스매치
상반되는 스타일을 섞어 입는 믹스 매치(Mix & Match)가 아니라 미스매치(Mismatch)가 주류다. 이번 컬렉션의 주요한 트렌드 중 하나는 불일치, 부조화에 가까운 소재의 결합이었다. 모피에 레이스를 곁들이거나 울 소재에 반짝이는 스팽글 장식을 덧붙이는 등 소재 선택에서 부쩍 자유로워진 모습을 보였다.
저렴하면서 빠르게 바뀌는 유행을 반영하는 소위 ‘패스트 패션’의 확산으로 디자이너들이 세탁이나 관리보다는 미적인 부분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셈이다.
소재의 미스매치는 김동순 쇼와 이주영 쇼, 손정완 컬렉션 등에서 자주 포착됐다. 특히 레이스와 모피의 결합으로 무게감의 극단적 대비를 보여준 이주영은 가수 소녀시대(윤아, 수영)에게 가죽 재킷에 레이스를 덧붙인 의상을 입혀 화제가 됐다.
■ 포인트 컬러의 향연
원색은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컬러다. 전체적으로 블랙 네이비 카키 등 어두운 계열이 강세를 이뤘지만 디자이너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원색의 포인트 컬러를 추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톤 다운된 색상을 주로 사용하되 강렬한 컬러를 배합하는 경향은 특히 젊은 디자이너들에게서 강하게 나타났다. 디자이너 이문희는 블랙에 레드로 포인트를 준 디자인으로, 가볍지 않은 섬세한 스타일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패션위크의 대미를 장식한 디자이너 지춘희의 컬렉션에서도 역시 블랙 그레이 카키 등의 어두운 기본 컬러 위에 노랑 초록 등 화사한 색상이 포인트로 활용됐다. 지춘희 쇼는 장윤주 한혜진 송경아 등 톱모델들이 한 자리에 선 인상적인 무대이기도 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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