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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팔레스타인과 한국의 대화

입력
2008.03.2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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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팔 작가 26명 함께 지음열린길 발행·281쪽·1만원

팔레스타인 문인 4명과 국내 문인 22명이 인터넷 매체를 통해 교환한 글 45편이 책으로 묶였다. 양국 예술가ㆍ평화운동가 교류 단체인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의 기획으로 2006년 7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프레시안(www.pressian.com)에 매주 발표된 글이다. 팔레스타인 작가들이 글을 올리면 한국 작가들이 답글을 적는 형식으로 연재가 이뤄졌고, 책도 동일한 구성을 갖췄다.

팔레스타인 측에선 자카리아 무함마드(58ㆍ시인), 키파 판니(39ㆍ시인), 아다니아 쉬블리(34ㆍ소설가 극작가), 바쉬르 샬라쉬(30ㆍ시인)씨가 번갈아 글을 썼다. 모두 방한 경험이 있음에도 국내엔 아직 생소하지만, 현지에선 지명도 있는 작가들이다. 무함마드씨는 아랍권에서 손꼽히는 중진 시인이고, 여류 작가 쉬블리씨는 팔레스타인에서 가장 돋보이는 신진 작가로 유럽에도 작품이 번역됐다.

“딱딱한 정치 분석이 아닌, 삶에 대한 감성적 글을 보내줄 수 있는 필진으로 꾸렸다”(소설가 오수연)는 기획 의도대로, 네 사람은 거대 담론 대신 개인 및 일상 차원의 비극성을 전하는데 집중한다. 판니씨는 이스라엘군의 잦은 테러로 인해 “누군가와 ‘그래, 또 봐!’하고 헤어져 놓고도 과연 그럴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악몽 같은 일상을 전한다.

이스라엘 건국으로 고향을 잃고 세계 각지로 흩어진 팔레스타인인들의 무덤을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 친구의 가방엔 "언젠가는 고향집에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망자의 고향집 열쇠가 가득했다고 무함마드씨는 증언한다.

감각적 문장을 구사하는 아다니아씨-그녀는 이스라엘에서 거주한다-는 자신이 찬 시계가 멎어 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 공항 공무원들에게 여러 시간 취조 당했던 경험을 떠올리면서 "아마도 내 시계는 나를 위로하려고 그 모든 조사와 지연이 단 1분도 걸리지 않은 것처럼 굴었을 것"이라며 스스로에게 슬픈 위로를 전한다. 외신이 중계하는 폭력의 스펙터클에선 알아챌 수 없었던 내밀한 사연들이 팔레스타인 비극의 심연을 드러낸다.

네 작가가 전하는 슬픈 소식에 부쳐, 시인 신경림 김정환 황인숙 나희덕씨, 소설가 현기영 이경자 최인석 방현석 전성태씨 등 한국 작가 22명은 따뜻한 위로와 굳건한 연대의 손길을 내민다.

작가들은 ‘이스라엘 장벽’을 한국의 휴전선에 빗대거나(소설가 정도상) ‘대추리 사태’의 문제의식을 팔레스타인 현실에 대한 이해로 확장(르포문학가 김순천)하기도 하고, 돈벌이를 위해 장벽을 타넘어 이스라엘로 가려다 총살 당한 열다섯 소년의 이야기에 가난에 쫓겨 홀로 상경했던 자신의 열다섯 시절을 겹치며(박영희 시인) 애달픈 공감을 표하기도 한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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