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지 G 슈피로 지음ㆍ전대호 옮김/ 까치 발행ㆍ 283쪽ㆍ1만2,000원.
수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이들이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누리는 현대문명의 혜택의 많은 부분이 풀리지 않는 문제를 밤을 새워가며 궁리했던 많은 수학자들에게 빚지고 있음을 아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수학의 사생활> 은 수학사를 수놓은 많은 에피소드와 수학자들을 끙끙거리게 했던 난제(難題)들, 달력ㆍ법학ㆍ정치ㆍ선거ㆍ보험 등 우리의 일상생활과 떼어놓을 수 없는 원리들을 소개하며 수학의 매력을 맛볼 수 있도록 하는 책이다. 수학의>
경험적으로는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식음을 전폐하는 수학자들의 집념을 확인하는 일은 예술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혼을 바치는 장인의 그것과 같은 감동을 준다.
가령 ‘동일한 구(球)들을 어떻게 하면 가장 빽빽하게 밀집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 해답은 아래 층의 공 세 개로 위 층의 공 하나를 떠받치도록 하는 모델이다. 오렌지나 사과를 팔아본 과일장수라면 누구도 경험적으로 알 만한 원리이지만 이것이 수학적으로 증명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1611년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로부터 시작, 1998년 미국 수학자 토머스 헤일스까지 무려 400년 가까이 걸렸다.
이와 비슷하지만 ‘어떤 모양의 타일을 사용해야 욕실 바닥을 가장 촘촘히 채울 것인가’ 라는 것 역시 난제였다. 숙련된 타일공이라면 그 자리에서 ‘정육각형’을 외칠 터이지만 이 해답을 증명하기 위해 휴고 슈타인하우스(1887~1972), 라슬로 페예시 토트(1915~2005), 토머스 헤일스 같은 수학자들이 100년 동안 달라붙어야 했다.
책은 이 같은 수학자들의 분투기 이외에도 읽을 거리가 풍성하다. 세월이 갈수록 어긋나는 율리우스력 날짜의 보정을 위해 교황청이 얼마나 부심했는지, 쌍둥이 소수, 사촌소수, 육촌 소수란 무엇인지, 걸프전이 한창이던 1992년 미군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왜 스커드 미사일을 요격하지 못 해 수십명의 사상자를 냈는지… 등등 흥미로운 수학사 이면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는 이스라엘 히브리대에서 수리경제학 박사를 딴 수학저널리스트. 원제 ‘The secret life of numbers’.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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